23일부터 상습체불, 반의사불벌죄 미적용
임금체불방지법 시행, ‘범정부 TF’ … 신용제재·출국금지 등 고강도 제재, 징벌적 손배 최대 3배까지
23일부터 상습체불 근절을 위한 개정 근로기준법(임금체불방지법)이 시행된다. 피해 노동자가 상습체불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내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법무부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조달청 등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열고 9월 2일 발표한 ‘임금체불 근절대책’의 부처별 이행상황을 점검했다.
개정 근기법에 따르면 3개월분 이상 임금을 체불하거나 5회 이상으로 총 3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체불하면 상습체불사업주가 된다. 상습체불 사업주는 신용정보기관에 체불 정보가 공유돼 대출 이자율 산정 등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게 되고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보조·지원사업 참여도 제한된다.
임금체불로 2회 이상 유죄 확정을 받아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는 체불임금을 청산하기 전까지 해외 출국도 금지된다. 명단공개기간(3년) 중 다시 임금을 체불할 경우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간 임금체불은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었다. 앞으로는 피해 노동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내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체불피해노동자에 대한 구제도 강화된다. 퇴직자에게만 적용되던 체불임금 지연이자(연 20%)가 재직자로 확대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제도도 신설됐다. △명백한 고의에 의한 체불 △1년간 3개월 이상 체불 △체불액이 3개월 이상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경우 중 하나만 충족해도 청구 대상이 된다. 피해 노동자는 노동부에 진정 제기와 별개로 법원에 체불임금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 총액은 2조448억원으로 처음 2조원을 넘었다. 불과 5년 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6월 기준 1조10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3015억원(27.4%)으로 가장 많다. 이어 건설업(2292억원, 20.8%), 운수창고통신업(1766억원, 16%) 순이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임금체불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청산율을 9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절도이며 한 가정의 생계를 위협하는 중범죄”라고 밝힌 바 있다.
임금체불에 대한 법정형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서구을)이 임금체불 법정형을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는 근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에는 사업주가 반의사불벌제도를 악용해 임금 지급시기를 늦추고 청산금액을 감액해 합의를 유도하지 못하도록 임금체불 범죄에 있어 반의사불벌 적용을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범정부 합동 TF’에서는 상습체불사업주에 대한 공공부문 재정 투입 제한, 출국금지 절차 등 개정 근기법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한 협조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구조적 체불근절을 위해 ‘임금구분지급제’와 ‘발주자 직접지급제’ 확산의 이행 상황을 확인했다. 조달청 등 정부 전자대금결제시스템의 민간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또 조속한 체불청산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주 융자 확대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현옥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개정 근기법이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늘부터 시행된다”면서 “산업현장에서 새로이 시행되는 법의 주요내용을 충분히 알고 더 이상 임금을 체불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