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50% 동결…집값불안 우려

2025-10-23 13:00:04 게재

이창용 “유동성 늘려 집값 불지피지 않을 것”

시장상황따라 11월 이후 금리인하도 불투명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치솟는 집값을 고려해 추가 금리인하로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겠다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성장률 둔화 등 거시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추가 인하 필요성이 나오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한은은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면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0.25%p 인하한 이후 세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사실상 예고됐다. 이창용 총재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9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과열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늘려 부동산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은 통화정책결정을 앞두고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15일 ‘10.15대책’을 통해 초강력 부동산시장 안정화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돈풀기에 나서는 모습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이 1430원대까지 급등하는 점도 추가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금리 전반도 하락 기조에서 당분간 보합 또는 재상승 흐름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했을 때만해도 이르면 8월 늦어도 10월이면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면서 시장금리 하락세가 멈췄다.

실제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8월 2.498%까지 하락했다 이달 21일 기준 2.587%로 다시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지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2.52%로 전달 대비 0.03%p 오르면서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한편 이날 금리동결로 향후 통화정책방향이 주목된다. 소비자물가가 2% 초반으로 비교적 안정됐고, 실질GDP 상승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은 진작 나왔다. 한은도 금통위원 다수가 5월 이후 3개월 내 추가 인하가능성은 계속 열어놓고 있었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동향이다. 정부의 10.15대책으로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집값이 진정될지 여부다. 시중금리 인하기조에 급제동이 걸리고,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제한 조치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여지는 당분간 차단됐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이 커 집값이 손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물가와 경기 측면에서 이르면 11월(27일) 금통위 추가 인하를 점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흐름에 따라서는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연준의 추가 정책금리 인하 여부도 한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서는 내년 이후까지 상당기간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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