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임성근 구속기로, 특검 ‘분수령’
‘순직사건·수사외압’ 핵심 피의자 7명 무더기 영장심사
영장 발부되면 윤석열 수사 탄력 … 기각시 차질 우려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과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결정된다. 이들의 구속 여부에 따라 의혹의 최고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향배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에 접어든 순직해병 특별검사팀 수사가 중대 분수령을 맞은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앞서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검팀은 지난 20일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외압 의혹은 2023년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사망한 채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이첩하려하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은 보류·회수되고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보직해임돼 항명죄로 기소됐으며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돼 축소됐다는 게 골자다.
특검팀은 당시 국방부 수장이었던 이 전 장관이 수사외압의 모든 단계에 최종 결정권자로 지시 혹은 관여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용서류 무효,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모해위증, 공무상 비밀누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6개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데서 수사외압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VIP격노설’은 특검 수사를 통해 실체가 확인됐다.
특검이 이 전 장관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에 대한 영장심사도 이날 오후 잇따라 열린다. 이들은 수사외압의 단계별로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채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임 전 사단장과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대대장의 영장심사도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다. 심리는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임 전 사단장은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당시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작전을 지시해 채상병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받는다. 당시 작전 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됐음에도 원소속 부대장으로서 구체적인 수색 지시를 내리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혐의(군형법상 명령위반)도 적용됐다.
임 전 사단장은 채상병 순직 이후 불거진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특검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던 임 전 사단장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제외되는 과정에 김건희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3대 특검이 가동된 후 이틀에 걸쳐 7명에 대해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순직해병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난 7월 18일 모해위증 혐의로 김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된 후 석달여 만이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특검의 남은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이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면 구명로비 의혹 등 수사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막바지에 접어든 특검 수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수사개시 3달이 넘도록 구속·기소 성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수사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측은 구치소 방문 조사를 희망했으나 특검팀이 받아들이지 않자 불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강제구인 등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