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통령 칭찬받은 금융당국 뭐하나

2025-10-24 13:00:01 게재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임직원을 대상으로 금일봉을 전달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이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때 생명줄과 같은 긴급자금지원에 나선 노고를 격려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정작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25만건 가까운 대출업무를 집행했던 곳은 기업은행과 직원들이다. 일반 시중은행들이 원리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속된 말로 ‘가성비’ 안나온다는 이유로 대출업무를 꺼려할 때다. 당시 기업은행 노조도 섭섭했던 모양인지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얼마전 금융위원회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금융위가 열일 한다” “(특정 간부를 대상으로) 이 분이 대출제한 조치를 만들어냈다. 잘하셨다”고 했다. 부동산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6.27대책’에 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직접 연관이 있는지 알수 없지만 새정부 출범 이후 해체위기까지 갔던 금융위와 금감원이 살아 남은 계기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 논리대로면 이번 ‘10.15대책’에는 더 쎈 대출규제가 담겼으니 더 큰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대통령 입에서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고, 나올 분위기도 아니다. 당국의 조치가 효과도 없었고, 정답도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집값 폭등과 그로 인해 이제 막 출범한 정부를 궁지를 몰아갈지 모를 사태를 만든 데는 금융당국 책임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오늘의 집값 폭등에는 근원적인 요인이야 많겠지만 가깝게는 윤석열정부의 ‘1.3대책’으로 인한 각종 대출규제 완화도 책임이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른바 ‘단군이래 최대’라는 한 재건축 단지 청약 흥행을 위한 조치라는 비판에도 대출관련 규제를 확 풀어줬다.

당시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던 것을 오름세로 돌린 것도, 지금 급등하는 부동산시장을 찍어누르기 위해 돈줄을 틀어막는 것도 같은 금융당국이다. 그 때 정책을 주도한 사람도 지금 정책을 거꾸로 돌리는 사람도 같은 사람이다. 칭찬이 아니라 어쩌면 시장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다.

부동산문제가 또 블랙홀이 될 조짐이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세에 나섰다. 여당은 내년 지방선거 망칠까 노심초사한다. 서민들 내집마련 꿈 밟아놓고 자신은 갭투자 의혹을 받는 국토부 차관이 공개 사과까지했다. 이래저래 대한민국에서 집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유독 자유로운 집단이 있다. 책임질 일도 없고 칭찬받으면 죽은 조직도 살아나고 승진도 하는 집단, 공무원이다.

“그 사람들, 수십년 그 일만하던 사람들인 데 무슨무슨 대책이라고 내놓으면서 집값 안정될 거라고 생각할까요?” 대통령한테 금일봉도 못받고, 이자장사나 한다는 욕만 먹는 한 은행원의 말이다.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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