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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마주한 두 시선 '초조한 트럼프’ ‘느긋한 시진핑'

2025-10-24 13:00:01 게재

10월 30일 경주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지난 2월 관세전쟁이 시작된 이후 스콧 베센트 장관과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네 차례 고위급 회담에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와 중국의 대미 희토류 제재는 아직도 협상 중이다. 이러한 쟁점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은 중국

2018년 무역전쟁이 벌어진 후 중국은 처음부터 미국과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전쟁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미국에 보복을 주저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관세를 올린 만큼 대미관세를 올렸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145%(2월 4일 10%, 8일 10%, 3월 4일 10%, 4월 2일 34%, 8일 50%, 9일 21% 추가)까지 올리자, 중국은 지난해 제정한 관세법 17조 대등원칙(对等原则)에 따라 대미 관세를 125%(4월 4일 34%, 9일 50%, 12일 41%)까지 인상했다.

중국은 지난 2월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인듐 몰리브덴, 4월 사마륨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의 수출을 통제했다. 더 나아가 중국은 희토류 수출금지 대상에 미국 기업 12곳을 추가하고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17개 미국 기업을 등재했으며 구글 애플 브로드컴 엔비디아 시놉시스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착수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협상을 제안했다. 5월 9~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베센트 재무장관과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지침 강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EDA) 판매 중단,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등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를 논의해 ‘중미 제네바 경제무역 협상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부과된 관세의 총 91%를 취소하고 34%의 상호관세 중 24%의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나머지 10% 관세 및 펜타닐 관련 관세 20%를 유지했다. 중국도 미국산 상품에 부과된 보복관세의 총 91%를 취소하고 34%의 보복관세 중 24%를 90일간 유예하고 나머지 10%의 관세를 유지했다.

베센트 장관과 허리펑 부총리는 제네바에서 합의한 ‘경제무역 협의 메커니즘(经贸磋商机制)’을 통해 6월 영국 런던, 7월 스웨덴 스톡홀름, 9월 마드리드에 수출통제 완화와 틱톡 매각을 협의했다. 마드리드 회담에서 양국은 틱톡의 매각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반도체와 희토류의 수출통제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정상회담 전 한번 더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이 이렇게 강하게 미국을 몰아붙일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2018년 무역전쟁 발발 이전부터 중국은 미국이 제재할 수 있는 상품을 국산화하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수입대체 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해 왔다.

중국의 총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2019년 19%에서 2024년 14%로 하락했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미국의 최종 수요는 중국경제의 3%, 미국 수출 비중은 제조업 수입에서 2%에 불과하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무역을 다변화했다. 그 결과 대미수출이 줄었지만 중국의 총수출은 늘어났다.

첨단산업의 발전도 중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증대시켰다. 글로벌 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는 상품이 늘어나면서 중국도 미국처럼 수출통제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가장 취약한 산업이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은 희토류를 미국에는 물론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까지 차단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수입 중단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5월 이후 미국산 대두 주문을 완전히 중단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수입을 늘리고 있다.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가 많은 지역의 대두 재배 농가를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 일부를 손해 본 농민에게 보상하는 방안 이외에 뾰쪽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중수출이 완전히 재개되지 않으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농촌지역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관세전쟁이 중국의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잘 관리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심화된 부동산 폭락, 소비 부진, 과당 경쟁이 위기로 비화되지 않도록 정부가 재정정책과 산업정책을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말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을 4월 대비 0.8%p 상향 조정한 4.8%로 전망했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올해 목표인 5% 내외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다.

동맹 위협하는 미국, 우군 늘리는 중국

관세전쟁을 종식시키는 대타협이 성사되더라도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경쟁의 휴전이 아니라 일시 정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견제라는 대전략의 목표를 미국이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략경쟁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동맹이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동맹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을 제외하고는 어느 국가와도 동맹조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때문에 미국의 장점이 빠르게 침식되고 있다.

지난 7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친구와 적 모두에게 이용당해 왔다. 솔직히 말해서 친구가 적들보다 더 나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호관세는 적대국과 경쟁국은 물론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무차별적으로 부과되었다. 또한 트럼프행정부는 미군이 주둔하는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는 것은 물론 국방비를 5%까지 인상하라고 압박했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브릭스 회원국과 안보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브릭스 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의 반미정책과 연대하는 국가에 예외 없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7월 14일 러시아가 50일 내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약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브릭스 창립회원국인 러시아 인도 브라질은 중국과 함께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고 있지 않다.

브릭스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반미 연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인도다. 미국 주도의 4자 안보대화(쿼드) 회원국인 인도가 반중전선에서 이탈할 조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인도에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8월 말 톈진시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인도가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미국이 인도태평양전략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맹국 지원 필요하지만 예전같지 않아

관세전쟁은 미국우선주의에 내재되어 있는 모순을 증폭시켰다. 미국이 중국과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세폭탄을 맞은 동맹국들이 예전처럼 미국과 협조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퓨리서치가 지난 7월 발표한 25개국 여론 조사에서 캐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케냐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스페인이 미국을 최대 위협으로 선택했다. 반면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선정한 국가는 미국 호주 일본 등 3개국에 불과했다. 동맹국에 부과한 관세를 빨리 내리지 않으면 미국의 고립이 더 심화될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학교 교수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