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초국가 범죄 특별대응본부’ 설치
이 대통령, 관계장관들에 총력 대응 재차 지시 … 범죄수익 환수 위한 입법도 ‘급물살’
이재명 대통령이 스캠(사기)과 마약, 사이버도박 등 3대 국제 범죄와 관련해 “관계부처가 협력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범죄수익금 차단을 위한 입법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 ‘초국가 범죄 대응 관계장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 송환 사건에서 보듯 초국가적 범죄 사건들이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고 이를 방치하면 사회적 비용이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초국가 범죄 대응 관계장관 회의는 국제적 불법 조직에 의해 일어나는 초국가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국가정보원과 외교부, 법무부, 국무조정실, 검참, 경찰과 금융위원회, 국세청과 관세청 등이 참석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정원 등 기관으로 통합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초국가 범죄 특별대응본부’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도 국제적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통상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비상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국회에 독립몰수제 법안 8건 계류 중 =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범죄자들에게 동기를 제공하는 범죄수익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 도입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발생하는 각종 범죄와 관련해 “유죄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캄보디아 사태의 진짜 피해자는 재산을 잃고 고통받는 수많은 국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 제도는 유죄 판결이 있어야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있고, 피해자는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주범을 잡아 국내로 송환해도 유죄 판결 전까지 범죄 수익을 몰수할 수 없다. 피해자 일상 회복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독립몰수제 도입은 이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 문제 때부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국회에도 관련 법안 8건이 계류 중이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협력해 독립몰수제 입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제2·3의 캄보디아 사태를 막고 아동성착취물 범죄 등 국경을 초월해 벌어지는 초국가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가 있다”며 관련 입법을 국회에 요청했다.
◆9개국 경찰 중심 ‘국제공조협의체’ 출범 = 이런 가운데 한국·캄보디아·미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국이 참여하는 경찰 중심의 ‘국제공조협의체’가 출범했다.
경찰청은 23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협의체 출범식을 열었다. 태국·필리핀·라오스 등을 비롯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아세아나폴(아세안 지역 경찰협력체) 등 국제경찰 협력기구도 이번 협의체에 참여한다.
한국 경찰이 주도하는 협의체는 국제사회가 초국경 범죄단지에 공동 대응하는 첫 공동 협력 플랫폼이다.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사이버사기, 가상자산 범죄 등 국경을 초월한 신종 범죄에 대응하는 실질적 공조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경찰청은 협의체를 통해 △초국경 합동작전 △스캠단지 정보 공유 강화 △공조수사 활성화 △국가 간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한다.
특히 경찰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인터폴·아세아나폴·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등 국제경찰기구 및 주요 공조국들과 작전 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 국토안보국(HSI)도 초국경 합동작전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각국 법 집행기관과 효과적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은 향후 협의체 참여국을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유인 ‘하데스 카페’ 내사 = 또한 경찰은 청년들을 캄보디아 범죄단체로 유인해 온 플랫폼 ‘하데스 카페’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경찰청으로부터 하데스 카페 사건을 배당받아 내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023년 개설된 하데스 카페는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모집 등 이른바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중개해주는 대표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내사에 들어간 경찰은 하데스 카페 서버 관리 업체가 해외에 위치한 것을 파악하고, 해당 국가의 수사당국 및 관련 기업에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
하데스 카페는 현재 사이트 차단 조처가 내려져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한편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 50여명이 추가로 체포됐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정부가 기존 검거 인원이라고 해명했다.
23일 AP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이 전날 수도 프놈펜 외곽 스캠단지를 급습해 한국인 57명, 중국인 29명 등 86명을 체포했다고 캄보디아 온라인사기대응위원회(CCOS)가 이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기사에서 언급된 한국인 57명은 지난 7월 5일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으로 검거된 사람들로, 그 중 상당수가 지난 18일 전세기 편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