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소환 자제령 속 국감 표적된 MBK·쿠팡

2025-10-24 13:00:02 게재

김병주·김범석 모두 미국 국적 … 국회 무시 ‘미운 털’

김병주 국회 첫 출석 “총수 아니다” 책임 회피 급급

대통령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관련 언급, 쿠팡 비상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표적이 된 기업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와 온라인 유통회사 쿠팡(의장 김범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업인 소환 자제령’ 속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던 많은 기업인들이 빠졌지만 두 기업은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셌던 만큼 여야 정치권의 ‘공적’이 됐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미국 국적자다. 그런 핑계로 국회 출석을 번번이 회피하면서 ‘미운 털’이 박혔다.

그동안 국회 출석요구에 불응하던 김병주 회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김 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홈플러스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의원들의 책임 추궁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고 일관했다. 그는 “총수가 아니다”라며 “이미 5000억원의 사재출연을 했다”고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MBK가 최대주주인 롯데카드 해킹사태와 관련해 21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불출석했다.

이번 국감에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는 사모펀드의 ‘기업인수’에 대해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무위 소속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부터 부동산 매각과 투자 축소를 병행하는 ‘현금 회수형 구조’를 설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애초 사업 성장보다는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데 목적을 둔 투자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1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차입인수 (LBO) 방식 사모펀드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자금 제공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에 부합하는지 문제의식이 있다”고 했다. 국민 돈으로 조성된 국민연금이 MBK에 투자하고 그 돈으로 기업사냥을 나서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쿠팡 역시 여야 의원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 유도, 알고리즘 조작 혐의, 공공기관 출신 영입 논란 등 다방면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며 사실상 ‘쿠팡 국감’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사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쿠팡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3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누구보다 공명정대해야 할 사정기관의 공직자들이 질서 유지와 사회 기강 확립에 쓰라고 맡긴 공적 권한을 동원해 누가 봐도 명백한 불법을 덮어버리거나, 없는 사건을 조작하고 만들어서 국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쿠팡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일용직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한 사건을 수사한 문지석 부장검사가 상관 지청장의 수사방해 외압을 주장한 것과 관련돼 있다.

고용노동부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종철 CFS 대표는 국감장에서 해당 규정을 원상 복구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계에서는 ‘사후약방문’이란 비난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쿠팡에 대해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 동의 유도, 끼워팔기, 최혜대우 강요, 배달 수수료 부당 부과 등의 위법 소지를 지적하며 제재에 착수했다. 정무위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쿠팡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누적 과징금은 약 1628억원으로, 전체 기업 중 가장 많다.

쿠팡은 올해 국감에서 5개 상임위에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등 4명이 소환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영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지난 14일 정무위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해외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장은 그동안 국회 출석에 계속 불응해 왔는데 비록 김 의장이 외국 국적자일지라도 쿠팡은 엄연히 한국에서 온라인 유통업을 하는 업체”라며 “그간의 행태로 볼 때 김 의장이 또 불출석할 경우를 대비해 박대준 쿠팡 대표를 추가로 증인 채택을 하고 만약 김 의장이 불출석하면 위원회 명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종합감사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장은 28일로 예정된 종합감사에도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 간사인 강민국 의원실 관계자는 24일 “아직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국감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회장, 이해욱 DL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등 다수 기업인들이 증인 철회됐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최태원 SK 회장도 APEC 회의 참가 등의 사유로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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