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달러 들고나가 환율상승 압력”
이창용, 환율급등 요인 지적 증권투자만 1.1조달러 돌파
위안화·엔화 등도 동반 약세
관세협상 불확실성도 영향
최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달러당 1450원대까지 근접해 지난해 말 비상계엄사태 이후 연일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환율 변동성은 금융시장은 물론 대외교역을 하는 데서 각종 리스크를 동반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한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가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올해 들어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보다 우리가 나가는 게 거의 4배 수준”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들이 미국 등 해외에 증권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한은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추이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누적 금액은 1조1250억달러로 1분기(1조118.4억달러)보다 11.2%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9327억달러)에 비해서는 20.6% 늘었다.
증권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 등 지분증권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2분기 지분증권 잔액은 8446억2000만달러로 1분기(7489.9억달러) 대비 12.8%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6928.5억달러)보다 21.9%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기는 하다. 전체 증권투자 잔액은 2분기 기준 1조510억1000만달러로 1분기(8649.9억달러) 대비 21.5%나 늘었고, 지분증권투자도 같은 기간 4727억1000만달러에서 6204억달러3000만달러로 31.2%나 급증했다.
하지만 외국인 국내투자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크게 늘지 않았다. 전체 증권투자의 경우 지난해 2분기(9859.7억달러) 대비 6.6%, 지분증권의 경우 작년 2분기(6077.7억달러)보다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달러 환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데 반해 외국인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 상황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컸던 셈이다. 여기에 내외국인의 상호 증권투자 규모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달러 수요가 원화에 대한 수요를 크게 웃돌았던 점이 환율 상승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또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1/4 정도는 달러 강세를 원인으로 보면서 3/4는 위안화 및 엔화 등 주변국 통화의 약세 등도 꼽았다. 여기에 한미간 관세협상의 불확실성과 대미 투자금액으로 알려진 3500억달러에 대한 조달 우려 등도 작용했다고 했다.
실제로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는 최근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달 23일 달러당 7.1112위안에서 이달 23일 7.1228위안으로 상승했다. 엔화도 같은 기간 달러당 147.72엔에서 151.95엔으로 상승했다. 특히 일본 엔화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지않고 연간 조달할 수 있는 외화자금 규모를 200억달러 정도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근거를 밝혔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조달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자체 보유한 자산에서 이자나 배당 등을 활용해 공급할 수 있는 규모”라고 했다.
한은 국제수지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해외투자자산에서 얻은 이자와 배당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266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