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세계로 향한 ‘시간의 문’ 열었다

2025-10-27 09:28:55 게재

APEC 계기로 제2전성기

국제문화도시 도약 시험대

2025 APEC 정상회의가 공식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경주시는 단순한 국제외교 행사를 넘어 세계 속 국제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경주시는 27일 “천년의 역사와 첨단의 준비가 어우러진 경주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세계적인 국제문화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유치과정에서 이미 검증된 국제회의 도시로 인정받았다.

시는 2023년부터 정부와 경북도, 지역사회가 한 팀이 되어 APEC 유치전에 나섰다. 인천·부산·제주 등 쟁쟁한 도시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경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안전한 도시’ ‘검증된 국제회의 도시’라는 강점을 집중 부각했다.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보문관광단지 일대는 이미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앞서 경주는 2005년 부산 APEC 고위관리회의, 2010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2011년 UNWTO(세계관광기구) 총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잇달아 개최했다.

경주시는 ‘천년의 문화유산을 품은 품격있는 회의도시’를 강조해 APEC 정상회의 유치에 성공했다. 정부에는 ‘즉시 실행 가능한 도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품은 문화도시로서의 상징성과 높은 외국인 만족도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경주시는 현재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냈다.

주요 행사장으로 지정된 화백컨벤션센터(HICO)는 보안·통신·의전 시설 개선 공사가 지난달 마무리됐다. 주요 회의장과 세션 공간, 언론센터, 경호 통제실 등 세부 동선 정비도 완료됐다.

정상급 숙소(PRS) 조성을 위해 도지사와 시장을 위원장으로 숙박업계와 전문가로 PRS위원회를 구성해 표준모델을 마련하고 리모델링 및 신규로 35개 PRS를 완료했다. 정부대표단과 경제인, 미디어 등 참가단 숙소는 행사 기간 최대 77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을 확정했다.

특히 경제인을 위한 추가 수요에 대비해 포항, 울산 등 인근 도시 숙박시설 및 포항 영일만항에 정박한 2대의 크루즈와도 연계도 마쳤다.

교통 체계도 완비됐다. 김해공항과 KTX 경주역을 수송거점으로 운영된다. 참가단 숙소와 수송 거점 간 27개 노선의 APEC 전용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서울-경주 간 KTX, SRT 증설, 인천~김해공항 간 내항기 증편을 통해 참가자들이 빠르고 안전하게 경주로 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보문단지 내에는 임시 주차장이 추가로 마련됐다. 또 행사 기간 경호안전통제단을 중심으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교통상황실도 24시간 운영된다.

경주시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APEC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시는 행사 기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APEC을 성공 개최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시내버스와 택시는 평소와 동일하게 운행되며, 일부 통제가 예상되는 구간에는 임시 순환 셔틀버스가 투입되고, 정상회의 기간 보문단지 경유 시내버스는 우회 노선이 운행된다. 도로, 교통, 안전, 환경 등 생활 불편에 대비해 현장상황실도 24시간 가동된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방점을 두고 준비했다.

시는 1단체 1책임구역제를 도입해 70개 단체 1500 명이 중심상가, 황리단길, 버스터미널 등 주요 지역에서 정기적인 청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주시는 APEC을 계기로 도시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화백컨벤션센터(HICO)를 중심으로 한 국제회의복합지구(GGCC)를 기반으로 각종 국제회의와 산업포럼을 상시 유치해 국제회의도시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보문관광단지, 황리단길, 불국사 등 주요 관광지를 연계한 체류형 관광 기반시설도 확충한다. 야간 경관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APEC 참가국을 대상으로 언론인과 여행사 초청 팸투어를 운영해 경주의 문화유산과 관광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판 다보스포럼’ 유치를 추진하며 국제회의도시로서의 명성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리더와 기업, 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문화·기후·기술 등 미래 의제를 논의하는 상설 국제포럼을 경주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은 단순한 외교행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지역경제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라며 “APEC 이후에도 시민의 힘으로 도시를 발전시켜 ‘평화·문화·경제가 만나는 세계도시 경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APEC정상회의의 주요 행사장으로 지정된 화백컨벤션센터는 27일 완벽한 준비를 끝내고 손님맞이에 들어갔다. 사진 경주시 제공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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