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가격 왜곡현상 언제까지

2025-10-27 13:00:04 게재

거래량 급감했는데 가격은 상승 … 토허제 시행 전 고가주택 거래가 주도

주택 거래량이 줄었는데 가격은 급등하는 부동산시장 왜곡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량 감소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공식이 깨진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확대지정을 앞두고 일부 고가 아파트 거래에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대책 이후인 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매매계약이 체결된 아파트 거래량은 564건으로 집계됐다.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시장에서는 강화된 대출규제와 실거주 의무 부과 등에 따른 거래 위축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대책발표 직전 열흘(10월6~15일) 거래량은 2679건으로 이와 비교하면 대책 시행 이후 감소율은 78.9%다.

하지만 거래량 급감에도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셋째 주(10월 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50% 올랐다. 전세가격도 매물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서울 전세가격은 0.13% 올랐고 인천은 0.05%, 경기도는 0.09% 올라 수도권 전체로는 0.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6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역 인근 한 부동산 안내판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전세부족에 따라 월세가격 상승도 동반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4만원으로 집계돼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134만원)보다 10만원가량 상승한 수치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가격변화는 10.15대책 이후에 나타났지만 실제 토허제가 확대 적용된 20일 이전까지 변동률로 규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거주 2년 의무가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20일부터 시행돼 막판 고가 아파트에서 갭투자 수요가 집중됐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R114가 자체 집계하는 전국 아파트 주간 시황을 보면 토허제 지정 첫날인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로 직전주(0.42%)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부동산 대책인 2017년 8.2 대책 이후에도 거래량 급감에 가격이 상승하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8.2 대책이 발표된 2017년 8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4개월 중 서울 주택거래량이 전월 대비 줄어든 달은 15개월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한 달은 3개월 뿐이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가격이 장기간 상승했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2018년 11월에는 거래량이 50.4% 줄었는데도 가격은 0.20% 올랐다.

지난해 9월에도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 전 거래량이 줄었는데 가격이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기준 2만6914건에서 8월 2만1979건, 9월에는 1만2259건으로 줄었다. 9월 거래량은 전월대비 44.2% 축소된 수치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월 둘째주까지 3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데도 아파트가격이 치솟는 것은 소비자들이 정책 신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번 대책은 극약처방을 담았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3~6개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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