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도상환 수수료, 이자로 보지 말아야
금전대차거래에서 최고이자율에 대한 규제가 있다. 한 때 최고이자율 규제를 폐지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자제한법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이 규제하고 있다. 약자인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부업법은 대부업자나 은행 등 금융기관이 대출할 때 적용되는 반면에 이자제한법은 사적 거래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두 법은 ‘간주이자’ 규정을 두고 있다. 사례금, 할인금, 수수료, 연체이자, 공제금, 체당금(替當金) 등 명칭에 상관 없이 금전의 대차나 대부와 관련하여 채권자나 대부업자 등이 받은 것은 모두 이자로 간주하고 있다.
최고이자율 규제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관련해서 중도상환수수료가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채무자가 대여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기보다 일찍 상환할 경우에 채무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최근 대법원은 이자제한법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는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채무자의 기한 전 변제로 인한 채권자의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손해배상 예정액’ 내지 ‘위약금’이라는 점에서 타당한 결정이다.
대법원 판결과 판례가 다른 현실
하지만 판례는 여전히 대부업법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는 간주이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대부업법의 입법 목적과 적용 대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규정 존재 여부, 중도상환수수료의 활용 양상과 빈도, 규제 필요성, 최고이자율과 법정형의 범위 등 여러 측면에서 이자제한법과 구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적 성격이 같은데 적용 법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취급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두 법 다 국민경제생활의 안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 두 법 다 손해배상액 예정 감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대부업 영역에서 중도상환수수료 약정이 더 빈번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하여 법적 성격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두 법 다 과도한 중도상환수수료를 규제하는 장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또한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현재 두 법률의 최고이자율이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고, 두 법 다 최고이자율을 위반한 경우 형사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달리 해석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 더욱이 간주이자 해당 여부는 형사 처벌과 연결되므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에서 배제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일본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경우에 부과되는 비용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이자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연방법 및 다수 주(州)법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중도상환제재금’이라고 하여 이자와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독일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대출기관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손해배상금으로 보아 이자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영국도 중도상환수수료를 중도상환에 따른 채권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의 성격으로 부과되는 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대부업법에 제외규정 두는 방안도 검토
이런 여러 점들을 고려할 때 판례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더 나아가 대부업법에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어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