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김건희 특검, 또 악재
‘도이치모터스’ 수사팀장, 사건 핵심 인물 이종호와 술자리 논란
양평공무원 사망·불법 주식투자 의혹 이어 수사 동력 약화 우려
박노수·김경호 새 특검보 합류 “국민 우려 딛고 최선 성과 낼 것”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파견 검사들의 집단 항의,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 민 특검의 주식 투자 의혹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장이 과거 사건의 핵심 인물과 술자리를 가졌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종반부에 접어든 특검 수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온 한문혁 부장검사의 파견을 해제하고 이날 검찰에 복귀시켰다.
한 부장검사가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사적으로 만났음에도 이를 특검측에 알리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김 여사의 측근으로 꼽힌다.
한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에서 근무하던 2021년 7월 이 전 대표와 술자리를 가졌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의 측근 인사가 당시 촬영된 사진과 함께 관련 내용을 제보함에 따라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 부장검사는 입장문을 내고 당시 경위를 해명했다. 아이들 건강문제로 상의하면서 친해진 의사 지인과의 저녁 약속 자리에 이 전 대표가 합석해 같이 식사했고, 이후 지인의 집으로 이동해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 당시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피의자가 아니었고, 자신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아 사건 관련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보를 받고 경위를 확인한 특검팀은 “수사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파견해제를 요청했다. 관련 내용을 제공받은 대검은 한 부장검사를 현재 보직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복귀시키는 대신 수원고검 직무대리로 발령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특검이 신속하게 인사 조치에 나선 건 그렇지 않아도 특검을 둘러싼 각종 구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논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 40명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반발해 지난 1일 검찰 복귀를 요청하고 나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또 10일에는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를 받던 양평군청 공무원이 사망하면서 강압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16일에는 민 특검이 태양광 소재업체인 네오세미테크의 비상장 주식에 투자했다가 상장폐지 직전 매도해 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네오세미테크는 김 여사가 지난 2009년 투자했던 회사로 특검팀은 김 여사를 상대로 이 회사의 주식거래 경위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특히 네오세미테크 대표와 민 특검이 대전고, 서울대 동문이라는 점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민 특검은 “주식 취득과 매도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위법사항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의힘은 민 특검을 검찰에 고발했다.
특검은 공천개입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통일교 고가 목걸이 수수 혐의 등으로 김 여사를 구속기소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14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매관매직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의혹 등 여전히 규명해야 할 의혹들이 산적하다. 하지만 수사 외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수사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특검팀에는 판사 출신인 박노수, 김경호 변호사 등 2명이 새 특검보로 충원됐다. 박 신임 특검보(사법연수원 31기)는 전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부건설에서 7년간 근무하다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전주지법 남원지원장,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김 특검보(22기)는 홍대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새 특검보는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박 특검보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우려를 딛고 특검팀이 수사에서 탄력을 받아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특검보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도록 특검 구성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