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남양연구소 주행시험 근로자 “불법파견”

2025-10-27 13:00:39 게재

대법 “독자적 권한 없이 지휘·명령받아 업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시제 차량의 내구 주행시험 운전 업무를 담당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들 근로자들이 독자적인 권한 없이 현대차의 지휘와 명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A씨 등 16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A씨 등은 남양연구소에서 트럭, 버스 등 상용시제차량의 내구주행시험을 담당하는 운전 업무를 맡고 있었다.

A씨 등은 2조 2교대로 남양연구소 내 주행시험장에서 시제차량을 몰며 엔진오일, 벨트 장력, 타이어 마모상태 등을 점검하고 특이사항을 보고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점검 당시 이상이 생길 경우 협력업체를 통해 현대차에 보고했다.

이들은 정기적인 시험 외에도 현대차 소속 연구원들이 필요한 경우 내구주행시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이들이 운전하는 시제차량에 탑승해 직접 성능과 내구성 등을 시험하기도 했다.

또한 정규직 기사들과 동일한 안전 교육을 받았고, 야간 근무시 시제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현대차 소속 연구원들에게 보고하고 조치를 취했다.

A씨 등은 현대차가 자신들을 불법으로 파견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직접 고용했을 경우 발생할 임금도 함께 청구했다.

쟁점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내구주행시험의 일정과 내용, 근무자 투입 여부 등을 결정했고 협력업체는 이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차가 내구주행시험 일정을 수시로 변경하고 급히 처리할 작업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시하기도 했는데, 협력업체는 지시를 그대로 수행할 뿐 거부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점도 판단 기준이 됐다.

아울러 업체가 변경돼도 고용을 승계해 같은 근로자들이 업무를 맡았으며, 독립적인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않았던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제3자가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휘·명령했는지, 근로자가 그 사업에 편입됐는지, 협력업체가 독자적 결정권과 설비를 갖췄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상고심 계속 중 정년이 도래해 근로자지위 확인청구에 따른 확인의 이익이 사라졌다”며 해당 부분은 직권으로 원심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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