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관광 인프라로 국제 경쟁력 높여야”
싱가포르·일본, 10조원대 리조트로 관광대국 변신 … “한국에도 마리나베이샌즈 필요”
한국형 대규모 복합리조트의 확충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8일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복합리조트를 관광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관광산업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정부 재정 투입 없이 민간 투자로 추진 가능한 대규모 관광 인프라이며, 문화·공연·쇼핑·MICE(회의·전시) 산업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구조를 지닌다.
신종호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도 글로벌 관광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한국형 복합리조트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동남아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인적서비스와 한류 문화를 접목한 국가브랜드 이미지 등 여러 분야에서 특화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복합리조트가 이미 관광산업의 혁신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는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를 개장한 뒤 정체됐던 관광산업이 살아났다. 싱가포르관광청에 따르면 개장 전 960만명 수준이던 외래 관광객은 2019년 1910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두 리조트의 매출은 GDP의 약 2%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일본도 2018년 복합리조트(IR) 추진법을 제정한 이후 2030년 오사카 유메시마섬에 약 10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개장할 예정이다. 호텔·컨벤션센터·공연장·쇼핑몰 등을 갖춘 오사카 IR은 연간 2000만명의 방문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이를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마카오, 베트남 등도 복합리조트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며 관광과 문화산업을 결합한 복합 관광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글로벌 관광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한국형 복합리조트’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복합리조트 3개소를 신설할 경우 10년간 약 30조원의 투자유치, 15조원의 세수 증대, 1만5000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 불법 카지노 자금 양성화와 같은 간접 효과를 포함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3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복합리조트 개발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파라다이스시티’와 ‘인스파이어 리조트’, 제주도의 ‘드림타워’와 ‘신화월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총사업비 3조100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복합리조트로, 호텔·공연장·테마파크·컨벤션 시설 등을 갖춰 관광 복합단지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합리조트를 단순한 카지노 시설이 아닌 관광산업을 견인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연장, 아레나, 테마파크 등 K-컬처 중심의 시설을 함께 조성하면 정부 재정 부담 없이도 관광산업을 고도화할 수 있고, 복합리조트 수익은 관광진흥기금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복합리조트 중심의 관광 인프라 확충과 함께 외국인 전용 구조의 한계를 완화해 오픈 카지노(내국인 입장 가능 카지노)를 도입해 관광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혁 가천대학교 교수는 “내국인 입장 가능한 카지노로의 확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사행산업이라는 인식과 사회적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먼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우선으로 해야 하며 산업·문화적 균형을 갖춘 제도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 “경제적 가치 창출과 세수 증대, 국부 유출 방지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다”면서 “기존 국내 카지노업계의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자본과 컨소시엄 형성 및 참여 방안이 충분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