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에 거는 기대

2025-10-28 13:00:37 게재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판 사회적 대화’에 노사 5단체와 함께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는 199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옛 노사정위원회) 탈퇴 이후 26년 만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플랫폼 노동자 보호 공백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대화에 노동계는 한국노총만 참여해 대표성의 한계가 있었다. 민주노총의 참여는 노동계 대표성을 보완하고 다양한 계층과 이슈가 테이블 위로 올라오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 ‘투쟁’으로 상징되던 민주노총이 ‘대화’라는 길을 병행하기로 한 것은 한국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성숙을 의미한다. 민주노총의 복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현안 해결의 실질적 분기점을 마련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제도를 바꾸는 대화로 이어질 때 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 국회판 사회적 대화가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로 끝난다면 실망은 더 커질 것이다. 또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매몰돼 의제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배타적으로 운영한다면 대화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 사회적 대화는 타협의 형식을 빌린 정쟁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의 문제를 협의·조정해 갈등을 해결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판 사회적 대화가 민주노총 내부 사정을 반영한 ‘우회적인 접근’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복귀 대신 국회를 경유한 ‘별도 통로’를 택해 결과적으로 제도권 대화를 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만약 이번 대화가 민주노총만을 위한 폐쇄적 모델일 경우 비정규직·청년·여성 등 취약 노동자의 목소리는 다시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대화는 특정 조직의 전유물이 아니다. 포괄성과 대표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가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다. 사회적 대화의 성공 여부는 민주노총의 참여에 있는 게 아니라 무엇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경색된 노사관계 속에서도 경사노위는 균형 있는 협의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는 경사노위를 포함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 모델을 설계하고 국회·정부·노사 모두가 참여하는 실질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복귀가 진정한 사회적 대화의 복원으로 이어질 때 한국 노동정치는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다. 기대와 우려를 넘어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대화의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와 의지를 모을 때다.

한남진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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