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개최 경주 테러경보 ‘경계’로 격상
경찰청, 최고수준 비상근무 ‘갑호 비상’ 발령
회담장 있는 보문단지, 공항·경주역 집중 경비
각국 정상의 방한이 임박하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북 경주시 일대는 경계가 삼엄하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장이 있는 보문관광단지를 비롯해 경북도 전역에 경찰 비상근무 최고 단계인 ‘갑호 비상’이 내려지는 등 경비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문관광단지 내 일대 인도와 차로 사이에 진입을 막는 울타리와 차단선을 설치했다. 또 경찰 순찰차 등이 수시로 정상회의장 주변을 돌며 외곽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이 도착하면 경찰은 차로가 넓지 않은 경주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순찰차와 오토바이를 이용해 외교 차량을 밀착 에스코트하며 이동한다.
보문관광단지 일부 도로는 보안상 이유로 차량 진입이 제한됐으며, 곳곳에서 우회가 권고됐다. 정상회의장인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HICO) 입구에는 보안 검문대가 들어섰다.
◆APEC 기간 경주서 17건 집회 신고 = 경찰은 전날까지 행사장 일대에 ‘을호 비상’ 경비 체계를 가동했다가, 이날 오전 0시부터 경북 도내 전체에 가장 높은 수준의 비상근무 단계인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갑호 비상 중에는 경찰관의 휴가가 중지되며 가용 경력을 100%까지 동원할 수 있다. 경찰 지휘체계는 본부와 현장 상주 형태로 운영되어, 24시간 대응 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
경주에는 APEC 기간 하루 최대 1만9000명 규모의 경력이 동원된다. 회의장 주변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으며, 드론 위협에 대비해 드론 무력화·격추 장비가 배치됐다.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 헬기, 육군 장갑차도 정상 숙소와 회의장 주변에 배치돼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7일 현재 APEC 기간 경주에서 집회를 연다는 신고는 총 17건이다.
다만 경찰은 이슈에 따라 집회를 관리하지 않고 있어 반중·반미 집회 신고 건수로 구분하긴 어렵다. 경찰은 반중·반미 집회에 대한 제한통고 등 조치 여부와 관련해 ‘공공안녕 위험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APEC 기간 경주에서는 진보·보수 성향 단체들의 집회와 도심 행진이 이어질 예정이다.
우선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국제민중행동)는 29일 보문단지 입구에서 ‘관세폭탄·경제수탈·APEC 반대, 트럼프 방한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국제민중행동은 진보정당·노동조합·시민사회 등 35개 단체가 함께한다. 보수성향 단체 ‘자유대학’도 같은 날 ‘두유노우 경주’라는 슬로건으로 거리 행진을 하며 맞불 집회를 연다.
◆황리단길·대릉원 등 관광지는 특별 치안 강화 구역 = 또한 회담장과 거리가 있지만 관광객이 많은 황리단길과 대릉원 등 주요 명소들도 특별 치안 강화 구역으로 지정돼 범죄 예방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특별 치안 강화 구역에 동원된 경찰관은 모두 경주 지리와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지역 경찰이다. 범죄 예방진단팀(7명)·특별순찰팀(3개 팀 25명)·형사(4개 팀 21명)·여성 청소년범죄 전담팀(3개 팀 9명)으로 편성됐다.
특히 시민단체 등의 집회가 예정된 경주역과 황리단길 일대에는 비상 상황 발생 시 경력이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대응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 소방당국도 24시간 비상 체계를 가동해 화재와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부명 경북경찰청장은 “테러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준비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 만큼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라며 “단 한 건의 돌발 상황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도 강화 = 한편 법무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경주경찰서 등은 지난 17일부터 합동으로 경주 일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단속 지역은 APEC 정상회의장이 있는 보문관광단지를 비롯해 시내 유흥업소 밀집 지역, 외국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성건동·충효동·외동 일대 등이다. 당국은 현재 치안 인력 등을 동원해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특정 장소에 모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문단지 주변 음식점이나 시내 유흥주점 등을 상대로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 금지 등을 요구하는 계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APEC 행사가 끝나는 오는 11월 1일까지 경북·대구·부산·울산 등 4개 지역 숙박업소가 외국인을 손님으로 받을 경우 자진 신고토록 하는 ‘숙박 신고제’를 시행한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24일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한 테러 경보가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된 데 따른 조치다.
숙박 신고제 시행 기간 숙박업소 주인들은 외국인을 손님으로 받을 경우 불법체류 여부와 상관없이 그 명단과 인적 사항, 숙박 일정 등을 ‘단기 체류 외국인 숙박신고’ 홈페이지 등에 접속해 알려야 한다.
정부는 또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는 APEC 개최지인 경주시를 포함한 부산·대구·울산·경상남북도 전역에 대해 테러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추가 격상한다.
용창식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조사과장은 “각국 정상을 비롯해 내외국인이 대거 참여하는 국제행사가 열리는 만큼 안전 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불법체류자 집중 단속·관리를 하고 있다”며 “APEC 기간 숙박업소들도 신고제에 적극 동참해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장세풍·최세호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