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담합 KT, 정부에 2억원대 배상”
공공분야 전용회선 입찰 담합사건 후폭풍 계속
1·2심 “청렴계약서 약관에 해당 … 불공정 아냐”
입찰 들러리 선 SKB는 1억3860만원 배상선고
KT가 공공분야 전용회선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정부에 2억8000만원가량을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서울고등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57억원 과징금과 대법원의 한국과학기술정보원 손해배상 12억원 확정 등 2015년 이후 공공분야 전용회선 담합사건의 후폭풍이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2-3부(김용석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대한민국(정부)이 KT와 SK브로드밴드(SK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로써 KT와 SKB는 각각 2억7830만원, 1억386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정부에 내게 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세종텔레콤 등 4개 통신사업자가 2015~2017년까지 이런 방식으로 9개 공공기관의 12개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용회선이란 일반 공중전기통신회선과 달리 가입자가 전용계약에 의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선이다.
KT 등 통신사업자가 12개 사업 수주로 챙긴 계약금은 약 1614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는 2019년 4월 17일 전원회의를 개최해 KT에게 57억4300만원, LG유플러스에게 38억9500만원, SKB에게 32억7200만원, 세종텔레콤에 4억1700만원 등 모두 133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사건은 피해를 본 정부(조달청)가 입찰 당시 KT 등 통신사들로부터 받은 청렴계약서가 핵심 쟁점이다. 조달청은 2016년 8월 병무청을 수요기관으로 입찰계약을 진행하면서 입찰담합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계약당사자의 경우 총 계약금의 ‘100분의 10’, 입찰자의 경우 ‘100분의 5’ 상당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청렴계약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계약당사자인 KT에게 약 2억7830만원, 들러리 입찰자인 SKB에게 약 1억386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KT 등은 재판에서 청렴계약서에 대해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손해금 등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불공정약관에 해당하고, 약관법상 설명의무도 위반해 무효”라며 “전용회선 사업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는데 단순히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해 불가피하게 담합행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청렴계약서가 약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렴계약서는 조달청장이 다수의 입찰자와 납품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서면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것”이라며 “피고 등 계약상대방은 입찰에 참여해 낙찰되는 경우 청렴계약서의 내용을 편입해야 하고 그 내용을 개별적으로 협상하거나 수정하기 어려워 약관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청렴계약서는 입찰담합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예정하고 있어 설명의무 대상에 해당한다”면서도 “청렴계약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규정돼 있고 조달청의 별도 설명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보이므로 정부(조달청)에 설명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공정조항으로 무효인지에 대해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이라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해를 본 정부 등 9개 공공기관은 KT를 상대로 7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KT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약 1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1심은 지난 2월 정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 중 KT·SKB는 인용했으나 LG유플러스는 기각했다. 정부가 LG유플러스에 대해 항소하지 않아, LG유플러스는 그대로 확정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