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통령 공약과 들끓는 광주민심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더 이상 광주를 홀대해선 안됩니다.”
2조5000억원 규모 국가 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대학 등 30여개 기관·단체가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항의집회까지 준비할 정도다. 다급해진 대통령실이 광주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유치 실패에 따른 충격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광주 민심이 들끓은 이유는 어렵게 만들어 놓은 미래의 먹거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과 민주당에 대한 배신감도 함께 작용한 것 같다.
그동안 광주 경제는 건설업과 자동차, 타이어산업 등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건설경기는 자치단체 물량 감소와 미분양 아파트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급격히 위축됐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에 3~4개 업체가 문을 닫을 정도로 살얼음판이다. 타이어산업은 생산 공정 해외 이전 가능성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5월에는 화재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남은 게 8000명 남짓 일하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등이다.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났고 광주 인구는 오래전에 150만명이 붕괴됐다. 이런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찾아낸 게 인공지능(AI)산업이다.
지난 2020년 다른 시·도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굵직굵직한 개발사업을 선택할 때 광주는 과감하게 AI에 도전했다. 지난해까지 4000억원 정도를 들여 국가 AI데이터센터와 실증센터 등을 만들었다. 현재 300여개 남짓한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 유형을 만들고 있다.
또 인공지능 사관학교와 대학 등이 전문 인력도 양성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6000억원을 들여 AI를 일상생활과 기업 활동, 도시계획 등에 접목하는 전환사업이 추진된다.
사업 영역의 확장은 더 높은 컴퓨팅 능력을 요구했고, 여기에 필요한 게 국가 AI컴퓨팅센터였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대선 공약과 국정 과제에 반영하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화룡점정이나 다름없는 AI컴퓨팅센터가 전남 해남으로 가면서 광주시민들은 애써 만들어 놓은 공든 탑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대통령실은 광주시민의 반발을 유치 실패에 따른 ‘몽니’ 정도로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광주에 애정이 있다면 사업의 진행 과정과 앞으로 과제 등을 심사숙고해 안성맞춤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이 대통령과 절대적 지지를 보낸 광주의 관계가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유지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