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도란 요앞건축사사무소 소장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수상자)
“작은 건축이 변해야 도시가 바뀝니다”
주택가·골목길·카페 등이 도시의 진짜 얼굴
"복잡한 설명없이 한번에 이해돼야 좋은 건축"
사람을 위한 건축(Radically More Human).
올해 다섯번째를 맞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화려한 조형, 거창한 구조물이 아닌 일상의 골목에서 마주치는 벽 하나에도 사람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가를 건축가와 시민들에게 동시에 묻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구 송현동 전시장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에 설치된 24개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이 요앞건축사사무소의 ‘낯선 산수’다. 콘크리트와 폐플라스틱으로 빚어낸 벽은 멀리서 보면 한국 전통 수묵화처럼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장식으로 사용된 장난감들 표정이 보이는 독특한 형상을 갖추고 있다. 회색 콘크리트에 색을 입히고 버려진 장난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낯선 조합을 완성했다. 비엔날레상을 수상한 김도란 요앞건축사사무소 소장(사진)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시민 일상 바로 앞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건축을 꿈꾼다"고 말했다.
●수상작 '낯선 산수’를 소개해달라
건물의 외관을 지칭하는 ‘입면’이 도시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두 재료는 전통과 거리가 멀지만 그 재료로 한국적인 산수의 이미지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멀리서 보면 그림 같지만, 가까이 오면 재료의 질감이 드러나는 낯선 대비가 도시의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요앞'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멀리 있는 거창한 건축 보다 요앞에 있는, 눈앞에 있는 건축을 바꾸자는 뜻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건물의 대부분은 평범한 상가, 다가구, 골목의 집이다. 일상적인 건축이 변해야 도시가 변한다.
●건축에 대해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건축을 어렵다고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직관적으로 '예쁘다'라고 느낄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없는 건축, 그런 건축을 지향한다.
●건축 철학으로 '지속 가능한 즐거움'을 강조하는데
건축은 즐거워야 지속된다. 건축가가 즐겁게 지은 건물이 시민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지속가능한 건축이라 생각한다. 좋은 건축은 시민들 일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건축, 일상 건축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해서 그렇다(웃음). 화려한 공공 프로젝트보다 좁은 땅, 낮은 예산의 건축이 더 현실을 닮아 있다. 그 안에서 공간의 품격을 끌어 올리는 일이 도시의 진짜 변화를 만든다고 믿는다.
●공공건축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가의 권한이 시공 단계에서 거의 사라진다. 좋은 설계안이 나와도 구현 과정에서 쉽게 타협된다. 건축의 품질은 디테일에 있고 그 디테일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공공건축이 이 같은 환경 조성에 앞장선다면 도시건축의 변화가 촉진될 것이다.
●'사람을 위한 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도시가 재미있고 건축이 즐거워야 시민이 그 안에서 행복질 수 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건축, 보는 순간 미소 지을 수 있는 공간이 사람을 위한 건축이다.
●서울의 도시건축을 평가한다면
서울에는 훌륭한 민간 건축이 많다. 좋은 카페, 상점, 골목길이 도시의 얼굴을 만들고 있다. 이제는 공공건축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도시의 방향을 제시하는 건 공공의 건축이어야 한다.
●어떤 건축을 계속하고 싶은가
작고 낯선 건축을 놓지 않으려 한다. 일상의 틀 안에서도 실험은 가능하다. 멀고 거창한 건축이 아닌 바로 '요 앞'의 건축이 밝아질 때 서울의 풍경도 달라진다고 믿는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