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외면한 친부, 친권 전부 상실”
법률구조공단, 조손가정 아동 권익 지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양육을 외면한 친부의 친권을 전부 상실시키는 판결을 받아내면서 조손가정 아동의 권익을 지켜냈다.
29일 공단에 따르면 외할머니 A씨는 손녀 B양을 출생 직후부터 홀로 양육해왔다. B양의 친모는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고, 친부 C씨는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고 생활비·양육비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B양은 친권자 C씨의 동의 없이는 은행 계좌 개설조차 불가능해 학교생활과 사회활동에서 불편과 차별을 겪어야 했다.
A씨가 손녀의 휴대전화를 교체해주려던 과정에서, 친부가 B양 명의로 휴대폰을 몰래 개통하고 요금을 연체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에 A씨는 손녀의 복리를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요청했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하여 친권상실선고 및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청구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친권자의 방임·방치행위가 미성년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지 여부였다.
공단은 C씨가 B양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신용과 재산에 피해를 끼쳤고, 향후에도 유사한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점, B양을 한 차례도 양육하지 않고 방임·방치한 점을 들어 친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C씨는 법원으로부터 친권상실 의견청취서를 송달받고도 이에 동의하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
대구가정법원 포항지원은 지난 8월 14일 공단이 제출한 소명자료와 C씨의 행태를 근거로 C씨의 친권남용을 인정해 친권제한을 넘어 친권을 전부 상실시키고, B양에 대한 미성년 후견인으로 외조모인 A씨를 선임한다고 결정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유현경 변호사는“이번 사건은 부모가 사실상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조손가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친권이 아동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 이를 과감히 제한하거나 박탈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