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서울로 몰리는 유동성을 기업으로
서울 아파트 매수자 중 서울 외 거주자 비율이 5월 21.63%에서 9월 25.29%로 올랐다. 지방 부동산을 팔아 서울, 그것도 강남을 사들이는 현금부자가 더 늘었다.
정부도 부동산 정책을 서울 중심 규제로 전환하고 있다. 10.15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강도 높게 묶어놓은 곳도 서울 전역과 한강 이남의 수도권 12개 권역이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 2주가 지났는데 이렇다 할 규제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출규제와 실거주 제한으로 막을 수 없는 거래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1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최근 1년 사이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의 절반은 전액 현금으로 거래됐다. 이같은 거래의 특징은 모두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동성(Liquidity)은 자산을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화폐로 바꿀 수 있는 안전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이지만 흔히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을 뜻한다. 이런 유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2020~2021년 초저금리와 유동성 증가로 전국 아파트 가격은 폭등한 사례가 있다. 2020년 5월 통화량(M2·평잔)은 3053조9267억원으로 그 앞달에 비해 35조3716억원 늘었다. 통계를 작성한 198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증가폭이었다.
당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었다. 2020년 3월 말 부동산금융은 전년도 말에 비해 2% 증가한 2105조3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때 전국민이 ‘패닉바잉’(가격 급등이나 공급부족에 대한 두려움으로 과도하게 물건을 사들이는 행위)을 경험했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는 기준금리가 0.5%에서 3.5%까지 급등했다. 거래절벽에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기를 맞았다. 2024년 이후에는 금리동결 조치와 함께 부동산 대출이 재개됐고 수도권 중심으로 가격이 반등한 후 서울은 급등세로 전환했다.
모두 유동성과 연관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넘쳐나는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편입되면서 규제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과열상태가 됐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2로 전월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지수는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였다.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정부가 할 일은 늘어난 유동성을 기업에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기업을 뛰게 하려면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공급확대에 따른 주택시장 안정화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