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비쿠폰 재원 ‘지방채 발행’ 논란

2025-10-30 13:00:03 게재

시민사회 “재정안정화기금 잔고 충분”

시 “교통공사 지원 등 사용처 확정돼”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소비쿠폰 발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했다는 서울시 입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억지”라는 주장이 나온다.

30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소비쿠폰 발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약 3500억원 규모 지방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일시적 경기 부양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빚까지 내가며 추진할 사업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정부가 내년에도 소비쿠폰을 발행한다면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 이상 빚을 내서 정부사업 뒷받침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민단체 지적은 다르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올해 기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가운데 통합계정에 1조2372억원이 예치돼 있고 긴급한 예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안정화계정에 2908억원이 예치금으로 남아 있다. 서울시가 의지만 있었다면 지방채 없이도 소비쿠폰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또 “서울시는 2024년 회계 결산으로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도 1조원 가까이 남아 있었다”며 “소비쿠폰 때문에 지방채를 발행했다는 건 다소 왜곡되고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5개 자치구 가운데 소비쿠폰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 곳은 한곳도 없다”며 “대부분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2026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 시장이 입고 있는 상의는 시에서 제작한 것으로, 서울시 주요 사업들 이름이 열거되어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정확한 재정 상황과 예산 계획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시에 따르면 순세계잉여금 1조원은 이미 지난번 추경 때 모두 소진했다. 통합계정 잔고도 1234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재정안정화기금 가운데 1500억원은 적자에 허덕이는 교통공사 지원에 사용하기로 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시 내부 사정을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의지 문제가 남는다. 한 지자체 예산 전문가는 “예산은 총액도 중요하지만 집행자의 의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는 계획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내년 예산 51조5000억 = 한편, 서울시는 30일 51조5000억원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가장 비중을 둔 것은 일자리 사업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일자리·중소상공인 맞춤 지원 등 약자 보호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22만5000개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 사업 전반적으로는 신규 사업을 벌이기 보다 기존에 진행했던 역점사업들을 확대, 강화하는 쪽에 비중을 뒀다. 시 관계자는 “손목닥터9988 서울런 정원박람회 등 이른바 밀리언셀러 정책들, 시민들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사업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예산 편성의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진행하는 모든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이 인상된 것은 서울뿐 아니라 모든 지자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이 4인가족 기준 6.51% 상향됨에 따라 복지 사업 예산이 서울시의 경우 전년과 비교해 1조4920억원 증가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 복지사업 예산이 큰폭으로 증가해 서울시도 부담이 크지만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전체 채무 규모는 늘리지 않으면서 건전재정 기조를 지켰다”며 “특히 올해 민생소비쿠폰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채무가 증가했지만 그 이상을 늘리지 않고 내년도 채무 규모도 당초 수준인 11조6518억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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