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미래는 데이터와 신뢰”
인공지능·협력 ‘리테일 혁신’ … CEO 서밋, 디지털 전환과 전자상거래 효율 논의
“인공지능과 데이터,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이 유통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축이다.”
29일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2025 APEC CEO 서밋 두번째 세션 ‘디지털 전환과 전자상거래 효율화’에서 각국 산업계와 학계 글로벌 표준기관이 한목소리로 ‘AI 기반 데이터 활용과 신뢰 가능한 협력’을 유통 혁신 핵심으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박성호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HQ 총괄대표, 로보터 포터 쿠팡 최고대외업무책임자, 르노 드 바르뷔아 GS1 CEO가 연단에 섰다.
박성호 교수는 “AI 시대 유통은 단순한 상품 판매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광고를 함께 파는 미디어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통업체는 ‘누가 무엇을 사는가’라는 고유한 정보를 갖고 있다”며 “소비자 구매 예측 핵심 단서는 과거 행동 데이터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아마존 광고사업은 이미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월마트는 전체 이익 3분의 2를 리테일 미디어 부문에서 거두고 있다”며 “유통은 이제 미디어 산업의 성격을 갖는다”고 말했다. 또 “월마트가 미국 TV 제조사 비지오를 인수한 것도 유통과 광고·콘텐츠를 결합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HQ 총괄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혁신의 핵심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소매 매출 70% 이상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발생한다”며 “고객은 이제 단순 구매가 아닌 ‘개인화된 경험과 가치’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롯데마트는 적외선 카메라로 과일 당도와 품질을 자동 판별하고, 백화점에는 AI 쇼핑 어시스턴트를 배치했다”며 “하이마트 매장에서는 3D 설계로 아파트 구조를 시각화해 맞춤형 가전 제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AI와 IoT(사물인터넷)기술로 식품 유통 효율성을 높여 에너지 사용률을 40% 절감했다”며 “기술은 인간적 교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연결을 더 깊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로보터 포터 쿠팡 최고대외업무책임자(CGAO)는 “쿠팡은 AI와 머신러닝으로 기존 7단계 유통 구조를 4단계로 단축시킨 완전 통합형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쿠팡의 물류 AI는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사전 배치하고, 주문 즉시 최적 경로를 계산해 가장 빠른 배송을 실현한다”고 설명했다.
포터 CGAO는 “첨단 물류 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오해가 있지만, 쿠팡은 오히려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고용을 창출했다”며 “전체 물류 인프라의 85%, 인력 95%가 서울외 지역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혁신은 농촌과 중소기업에도 기회를 제공한다”며 “30만 중소 파트너사가 쿠팡을 통해 새로운 고객과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르노 드 바르뷔아 GS1 CEO는 “AI 시대 디지털 전환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는 이제 상품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기업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데이터를 공유해 지속가능성과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뷔아 CEO는 “정부·기업·국제기구가 함께 협력해야 신뢰 가능한 데이터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며 “AI는 협력과 표준화가 전제될 때 포용적 번영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을 잇는 새로운 신뢰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경주=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