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무정쟁? 공세에 더 열 올리는 여야
국힘 “조작 특검이 민주주의 숨통 끊으려 해”
민주 “김건희 발길 닿으면 어좌가 소파 전락”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열리는 동안에는 “우리(여야)끼리 싸우지 말자”는 무정쟁 제안이 나왔지만, 실제 여야는 서로를 겨냥한 공세에 더 열 올리는 모습이다. △특검 수사 △관세협상 △최민희 딸 결혼식 논란 △김건희 용상 착석 의혹 등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한일정상회담과 미중정상회담이 열리는 30일 국민의힘은 서초구 내란 특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정부와 내란 특검을 겨냥한 공세를 퍼부었다. 내란 특검은 이날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소환해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을 조사한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특검은 이미 생명이 다했다”며 “3명의 특검이 천 리 밖에서 먼지 몇 개를 모아 호랑이를 만들려 하지만 쥐꼬리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특검에 대한 특검과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즉시 재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집권세력이 목표를 세워두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무고한 사람을 무차별 소환하고 수사를 꿰어 맞추고 영장을 만들어내서 야당을 기어이 괘멸시키겠다는 조작 특검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숨통을 끊어놓으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전날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을 놓고 정반대 평가를 내놨다. 민주당은 “국익·실용·실리 외교의 큰 성과”라고 호평했지만, 국민의힘은 “(협상)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만 앞설 뿐,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잘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는 협상 타결 직전까지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외환시장 안정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더니, 이번 협상에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전날에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딸 결혼식 논란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최 위원장 딸이 작년 9월 웨딩사진을 공개하며 소셜미디어에 결혼 날짜를 ‘2024년 8월’로 표기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감이라는 공적 제도를 사적 금품 수수의 통로로 전락시킨 전무후무한 권력형 결혼비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용상 착석 의혹으로 반격에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김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방문에 동행했던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실제 동행에는 실패했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김건희의 발길만 닿으면 종묘가 카페가 되고, 근정전 어좌는 개인 소파로 전락하고, 명성황후 침전은 호텔 침실로 취급된다”고 비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