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묘지 아파트 분양홍보 누락 “기만광고 아냐”
서울고법 “묘지, 혐오 아닌 존중 대상”
“수분양자 선택에 결정적 요인 아니다”
‘문중묘지’의 존재를 표시하지 않고 빠뜨린 아파트 분양홍보관 등에 대해 행정청이 기만광고라며 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서울고등법원이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6-1부(황의동 부장판사)는 포스코이앤씨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지난 22일 판결했다.
공정위는 2024년 10월 포스코이앤씨가 경남 거제시 소재의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분양홍보관 및 홍보물에 문중묘지를 표시하지 않았다며 ‘기만적인 표시광고’ 혐의로 경고처분을 했다. 경고는 시정명령, 과징금, 과태료 등 행정제재에서 경미한 처분에 속한다.
포스코이앤씨는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지의무가 전제돼야 한다”며 “묘지의 존재 사실조차 알지 못해 기만적 의도가 없었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분양홍보관 및 홍보물은 소비자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용으로 제시된 것으로, 분양홍보물이 실제와 상이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분양홍보물에 기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비자 구매결정에 중요한 본질적 사실에 대한 적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기만적이라고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묘지는 기피와 혐의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과 관리의 대상으로, 단순히 묘지의 존재만으로 주거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중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묘지가 문중묘지이기는 하나 봉분은 1기에 불과하고, 아파트로부터 약 80m 떨어져 있다”며 “묘지의 존재가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선택에 결정적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에게 묘지의 존재에 대한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 분양홍보를 위해 제작하는 모형, 조감도 등은 해당 아파트의 전체적인 모습과 주요 시설의 배치를 보여주는데 중점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분양홍보물에 기재되지 않은 모든 외부 환경이나 시설이 부존재할 것이라고 신뢰하거나 적극적으로 오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