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200억달러 상한 고집한 이유는

2025-10-30 13:00:01 게재

대외순자산 1조달러 넘어, 투자소득 규모 고려

최근 4년 연속 매년 200억달러 넘는 흑자 기조

정부가 미국과 관세협상을 하면서 대미 현금투자 상한을 연간 최대 200억달러 규모로 고집한 데는 우리나라 연간 대외 투자소득 흑자 규모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매년 현금으로 투자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별도로 달러를 조달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어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관세협상 합의내용을 발표하면서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한다”며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칠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현금투자 상한을 연간 200억달러로 설정한 것은 다행”이라며 “연간 150억~200억달러 규모는 해외에서 기채(채권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규모”라고 거들었다.

정부와 한은이 200억달러 수준을 달러를 별도로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 데는 우리나라가 매년 해외에서 이 정도 규모로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국제수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소득 수지는 연간 285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이 705억6000만달러, 국내에서 해외로 지급한 금액은 420억달러에 달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 가운데 배당수입이 435억3000만달러, 이자수입이 270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해외로 지급한 내역은 배당이 249억5000만달러, 이자가 170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포함한 기업과 개인, 정부계 투자펀드 등이 연간 200억달러 이상 달러를 순수하게 벌어들이기 때문에 이 돈으로 대미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200억달러 조달방법과 관련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자와 배당 등 운용수익이 적지 않아서 상당히 많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10년에 걸쳐 매년 200억달러 규모의 현금이 미국으로 건너가는 자금의 원천이 지속적으로 투자수익에서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해외에 가지고 있는 대외순금융자산이 1조달러 이상이어서 연간 2% 정도의 순수익률만 나와도 가능한 규모이기는 하다”면서도 “국제 경제질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안정적으로 투자자금의 원천이 보장된 것은 없다”고 했다.

실제로 대외투자소득수지가 200억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21년(201.2억달러) 이후 4년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15년의 경우 48억6000만달러 흑자에 불과했고 매년 흑자 규모도 변동성이 있다.

한편 한국이 해외 직접투자 또는 증권투자 등을 통해 보유한 대외금융자산은 올해 2분기 기준 2조6818억달러에 이른다.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대외금융부채(1조6514억달러)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304억달러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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