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2025-10-30 13:00:01 게재

이 대통령, 전날 정상회담서 공개 요청

“한미동맹 더 발전” … 중국 자극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미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그에 근거해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덜 민첩한 디젤 잠수함 대신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을 30일 SNS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핵 추진 잠수함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방한해 두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확대 오찬 모두발언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 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정부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전날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기자단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 여건 변화에 따른 한국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하고 후속 협의를 진행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이 실현된다면 우리 군의 숙원사업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맺은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인해 고농축우라늄을 군사적 용도로 생산하거나 사용할 수 없었지만 예외적인 군사적 이용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경우 미국 입장에선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자주국방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북·중을 자극할 우려는 제기된다.

대통령실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날 오전 방한하는 만큼 관련 언급을 삼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30일 트루스소셜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날 입장과 다를 게 없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 언급이 중국 국적의 잠수함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도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화한 바 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전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후 관세협상 최종 타결 소식을 알렸다. 지난 7월 말 대미 관세 협상 1차 타결 후 2개월 넘게 끌었던 후속 논의가 드디어 마무리된 것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 금액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하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깜짝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곧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대미 투자 펀드 기금 신설 등을 위한 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의 첫 날로 소급해서 관세가 인하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협상이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신뢰와 협력을 더욱 굳건히 하며, 미래지향적 한미동맹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황금같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경주=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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