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해외 평가 “성과는 분명, 디테일은 숙제”
전문가·외신 “경제·안보 동맹 강화” 호평 내놔
3500억달러 투자 합의·핵잠수함 논의 주목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태안보프로그램 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상호주의적 정상회담을 조율했다”며 연간 200억달러로 상한을 설정한 투자 방식과 조선업 협력에 주목했다. 다만 그는 “북·중·러를 겨냥한 포괄적 전략이 부재한 점은 구조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외교적 격식과 환대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요청과 핵잠수함 확보 논의가 미국의 비확산 정책 및 동북아 안보 구도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테일 속에 악마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3500억달러 규모의 한국 측 대미 투자 합의가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보다 적은 규모의 투자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낸 점이 주목된다”며 일본은 투자대상 선정 권한을 미국 측에 넘긴 반면 한국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프로젝트’로 한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조선업 투자에 지분·대출·보증 방식이 포함된 것을 “미국의 핵심적 양보”라고 해석했다. 외환시장 안정 조치와 단계적 투자 실행 방식을 통해 한국 정부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로이터(Reuters)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한 계기”라고 진단했다.
관세 측면에선 이전보다 후퇴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은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자동차 무관세 수출 혜택을 누려왔지만 이번 합의로 일본·EU와 동일하게 15% 관세가 적용된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톰 래미지 분석관은 “성과이긴 하나 기존 관세 우위를 상실한 점은 아쉽다”고 언급했고, CNN은 “관세 양보와 대규모 투자를 맞바꾼 거래적 외교”로 묘사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석좌는 “이번 합의는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외교적 성과이자 국내 경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의적 의사에 따라 연간 투자 규모가 좌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외교 의전도 화제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과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한 것을 두고 “그의 금에 대한 취향을 겨냥한 외교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만찬장에 등장한 ‘금색 디저트’까지 포함해 “맞춤형 환대”라고 보도했다.
회담의 외형적 성공과 별개로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프로젝트 참여와 관련된 비자 발급 문제는 공식 논의에서 제외됐고, 일부 시민단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무역·안보 접근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김정은 깜짝 회동은 불발됐지만 관계개선 가능성은 열어 둔 상태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 초 방중 시점을 계기로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랩슨 전 대사는 “관심은 이제 두 정상의 향후 회담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