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1년 만의 방한, 집권 13년 성과로 본 중국의 변화
반부패·기술굴기·일대일로로 글로벌 강대국 입지 확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11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2014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2박3일 일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이재명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시 주석은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 및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른 뒤 2013년 3월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했다. 2018년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했고 2022년 10월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호랑이와 파리 모두 잡겠다”는 강력한 반부패 운동 = 집권 13년간 시 주석은 강력한 반부패 운동으로 중국 관료사회를 뿌리부터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랑이와 파리 모두 잡겠다”는 구호 아래 2012년 이후 230만명 이상의 공무원을 처벌하고 120명 이상의 고위 공무원을 체포하는 전례 없는 대규모 숙청을 단행했다.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쑨정차이 등 실세 고위인사가 연달아 낙마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지도부와 금융권 고위간부 다수가 부정부패로 기소되고 처벌됐다. 네이멍구 자치구에서만 789건을 적발해 관련자 942명을 처벌하고 628억위안의 불법자금을 환수하는 등 대규모 적발 사례가 이어졌다.
반부패 운동은 중국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었다.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의 소비 및 접대문화가 급속히 변화했고 마오타이주 등 고가 사치품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반부패 운동이 일시적 캠페인이 아닌 중국 통치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으면서 공직사회의 청렴도가 크게 제고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제조2025’로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제조2025’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이 가장 두드러진 성과로 꼽힌다. 시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중심 성장에서 첨단 기술 및 첨단 제조업 중심 성장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추진했다. 부동산과 금융의 투기적 요소를 억제하고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위산업, 친환경 등 전략산업에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미국의 기술 봉쇄에도 불구하고 독자적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비야디(BYD) 등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친환경 산업에서도 태양광 풍력 등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국가주도의 기술혁신과 빅테크 규제를 병행하며 기술 자립 및 국산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고수준 과학기술 자립’을 국가 과제로 강조하며 미국 등 서방과의 기술 규제갈등에 대응해 독자적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쌍순환’ 전략을 통해 국내 대순환(내수 중심 경제체제)과 국제 대순환(글로벌 교역 투자 병행)을 병행하며 경제의 질적 전환을 도모했다.
절대빈곤 해소를 선언하며 기초 민생 안정을 도모했고 코로나19, 부동산 위기 등의 악재 속에서도 연평균 3~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국유기업 구조조정과 민생보장 등 사회안전망 정책도 함께 추진하며 농촌 및 저소득층의 생활여건을 개선했다.
◆일대일로·브릭스로 글로벌 영향력 확대 = 대외정책에서는 ‘발전도상국’에서 ‘강대국’으로의 정체성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시 주석은 중국을 “발전중인 강대국”으로 규정하며 더 이상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통적인 ‘평화적 발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제 무대에서 핵심이익을 더욱 강하게 주장하고 서구 중심의 질서에 도전하는 다극화 국제체제 구축을 추구했다.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유라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과의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했다. 거대 인프라 투자와 금융 연계 등으로 신흥국과의 경제적 영향력을 크게 강화했다. 20개국(G20),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 등 다자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며 중국 중심의 다극 질서 구축을 표방했다.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양보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적극외교’를 펼쳤다. 대만 남중국해 등 영토 주권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중재 등 중동, 러시아 등 비서방권 외교를 적극 전개하며 글로벌 중재자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독자적 입장을 견지하며 러시아와의 안보 경제 협력을 강화했다.
안보와 기술 자립 전략을 병행하며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대응했다. 경제 ‘디커플링’ 대응, 군 현대화, 글로벌 전략 자산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하며 서구 중심 질서에 대항하는 국제외교의 다변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혁신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 핵심 과제 =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부동산 침체, 청년실업, 지방정부 부채,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구조적 위기가 산적해 있다.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 자립과 독자적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미중 간 경제 군사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하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관세 기술 등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 완화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올해 세자릿수 관세를 주고받다가 5월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휴전’에 합의했으며 현재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50%(펜타닐 관세 20퍼센트 포함), 중국의 대미국 관세는 10%로 유지되고 있다.
시 주석은 2035년까지 중진국 도약을 목표로 경제, 안보, 사회 전 부문의 전략적 대응을 추진 중이다. 내수 진작, 소비확대, 민생복지 강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산업 혁신 중심의 산업구조 전환이 핵심 과제다. ‘쌍순환’ 전략을 통해 내수와 대외경제를 병행 발전시키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집권 13년간 시 주석은 중국을 ‘발전도상국’에서 ‘강대국’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 ‘공동 부유’와 ‘2개 100년 목표’를 제시하며 사회주의 현대화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재천명했다. 그러나 국민 생활수준 향상의 균형 복지정책 고도화 등 사회통합 과제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