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4심제냐 아니냐에 앞서 성찰해야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는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두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의견이 크게 갈렸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법원은 사실 확정과 법률 적용을 담당하는 사법기관이고 헌재는 헌법을 해석해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라며 “법원도 공권력으로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그럴 경우) 헌재에서 헌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심이다. 따라서 4심제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어떻게 포장하든 간에 네 번째 재판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헌재에서 임의로 사건을 고를 수 있다고 전제하는 이상, 사건이 늘어나기 때문에 법조인들에게 좋은 제도일 수 있지만 모든 부담이 서민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소송비용으로 돌아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 처장은 “소송지옥으로 서민들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입장은 모두 타당하게 들린다. ‘법원의 재판’ 역시 공권력의 일종이므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소원 심판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그동안 많이 제기된 바 있다.
헌재는 지난 5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현행 헌재법 68조 1항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해 실질적 권리구제에 중대한 한계를 초래하고 있다”며 “대법원의 판결로 귀결됐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적 판단이 봉쇄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주장도 설득력이 높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불필요한 법적분쟁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전반적인 ‘재판 지연’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천 처장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에서 “재판소원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판의 신속한 확정과 권리구제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라며 “결국은 잠재적으로 모든 사건이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무한정으로 재판 확정이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재판소원 도입 논란, 그리고 재판소원이 4심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사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씁쓸한 배경을 깔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 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이례적인 빠른선고나 내란 의혹으로 구속된 대통령을 법원이 이례적인 잣대로 석방한 점 등에 집권여당은 물론 국민 상당수가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다.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집권여당이 재판소원은 물론 내란재판부 설치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지만 오죽하면 그러겠냐는 찬성론도 만만찮은 현실이다. ‘사법부 독립’은 금과옥조다. 금이나 옥처럼 귀하게 여겨 꼭 지켜야 하는 이같은 규정을 사법부 스스로 걷어찬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