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세포막-소기관 잇는 ‘분자 다리’ 비밀 풀었다

2025-11-02 11:59:58 게재

Nir2 단백질 작동 원리 세계 최초 규명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생명과학부 이창욱 교수 연구팀이 세포 속 신호전달 핵심 단백질 ‘Nir2’의 구조적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Nir2가 특정 지질인 PA(phosphatidic acid)를 감지해 소포체와 세포막을 연결함으로써, 세포 내 신호를 이어주는 ‘분자 다리’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를 제시했다.

PA는 세포막 신호전달 과정에서 증가하는 인지질로 신호 지속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포체는 단백질과 지질을 합성하고 세포 내 물질을 운반하는 막 구조의 소기관이다.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 온라인에 10월 23일 게재됐다.

Nir2 단백질은 세포가 자극을 받을 때 PA라는 특정 지질을 인식해 세포 속 소포체와 세포막 사이에 ‘막 접촉점’을 형성한다. 막 접촉점은 세포 안에서 소기관들이 가까이 붙어 지질과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로, Nir2는 이를 통해 신호가 끊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그동안 Nir2가 PA를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세포막에 가변적으로 결합하는 구조적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는 X선 결정학 기법을 이용해 Nir2의 세 가지 핵심 영역(LNS2, FFAT, DDHD)를 분석했다. 그 결과, Nir2가 이 영역들을 통해 막 접촉점에서 가변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기반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Nir2의 PA 인식 및 소포체 결합 메커니즘을 구조 수준에서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세포막 인지질 대사와 신호 조절에 관한 후속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창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막 신호전달의 핵심 조절자인 Nir2가 신호 자극에 따라 세포막과 소기관 사이에 다리를 형성했다가 해체하는 ‘가변적 분자 다리’로 작동하는 구조적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며 “마치 배가 지나갈 때만 열리는 가동식 다리처럼, Nir2의 동적 결합 방식을 구조 수준에서 명확히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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