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시공포기 속출에 공급불안
건설사들 주요 정비사업장 입찰 포기 … 성수2지구·전남방직 개발사업 등 지연
최근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를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어 주택공급망이 불안해지고 있다. 분양을 준비하던 조합과 건설사 갈등도 불거지고 있어 분양 일정 지연도 불가피해 보인다.
3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1조8000억원 규모의 서울 성동구 성수2지구 첫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산됐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삼성물산 등이 참여를 검토했지만 모두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해당 건설사들은 조합이 제시한 조건과 향후 부동산시장 변화 등을 고려해 수주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2지구 정비사업조합은 입찰 조건 등을 다시 검토한 뒤 내년 이후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성수2지구 2609가구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중 사업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지만 분양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방직 부지 개발사업에서도 시공사들이 사업을 포기해 분양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 곳에는 4015가구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29만8000㎡에 조성되는 챔피언스시티에는 주거시설 4015가구와 업무·상업시설 특급호텔 역사공원이 들어선다. 당초 10월 착공과 분양을 계획했지만 포스코이앤씨에 이어 대우건설도 시공권을 포기했다.
대우건설은 건설경기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올해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시공사 입찰에서도 삼성물산이 수주 참여를 포기했다. 현대건설과 2파전이 예상되면서 정비업계 최대 관심지역으로 조명받았던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갔다.
삼성물산측은 “조합의 입찰 조건을 검토한 결과 이례적인 대안 설계 및 금융 조건 제한으로 인해 당사가 준비한 사항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입찰 불참 사유를 밝혔다.
건설사들이 올해들어 주요 정비사업 수주를 포기한 이유는 부동산시장 불황에 따른 사업성 악화 영향이 크지만 조합과의 갈등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성수2지구는 9월 조합장과 포스코이앤씨측의 부정 접촉 의혹으로 조합장이 자진사퇴를 예고하면서 내부 불만이 커졌다. 이 사건으로 포스코이앤씨는 입찰 불참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DL이앤씨의 단독 응찰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조합은 단독 응찰 시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고 DL측도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성수1지구도 시공사 입찰 조건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해당 사업에는 현대건설·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이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시공사 입찰 지침 기준에 대한 반발로 현장설명회에 GS건설만 참여했다. 조합은 기존 입찰 공고를 취소하고 재입찰 공고를 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