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COP’이라 불리는 COP30 임박
새롭게 뜨는 ‘생물다양성 크레디트’ 시장…측정과 평가는 여전히 숙제
영국은 개발시 10% 증가 의무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일부터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COP30에서는 ‘자연 금융’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영국 하원 도서관의 보고서 ‘COP30:202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따르면 COP30은 ‘자연(nature) COP’이라 불릴 정도로 생물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최근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함께 해결해야만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금융 시스템에 통합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진다. ‘자연 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TNFD)’를 중심으로 기업의 자연자본 의존도와 영향을 공시하는 체계가 구축 중이며,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을 크레디트로 거래하는 ‘생물다양성 크레디트’ 시장도 주목받는다.
10월 30일 영국의 생태경제학자인 소퍼스 추 에름가센 옥스퍼드대학교 박사는 “영국은 개발 시 생물다양성을 10% 증가시켜야 하는 법적 의무(BNG, Biodiversity net gain)가 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생물다양성 크레디트를 구입해야 한다”며 “이중 계산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BNG 크레디트와 탄소 크레디트는 별도로 분리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 3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국제세미나 ‘자연의 측정, 생물다양성 크레딧과 한국사회의 과제’에서 온라인으로 발제를 했다.
소퍼스 추 에름가센 박사는 생물다양성 금융과 오프셋 정책 등을 주로 연구하며 영국 정부의 여러 생물다양성 정책 자문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2022년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 전문가 100인에 선정됐다. 2023년에는 영국 환경과학 연구 지원기관인 ‘UKRI 자연환경연구위원회’의 초기 경력 정책 영향 상을 수상했다. 해당 상은 연구가 정책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 초기 경력 과학자에게 수여된다.
지난해 영국은 ‘생물다양성 순증가(BNG)’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개발자가 개발사업을 할 때 그 지역의 이전 생물다양성 가치와 비교해 생물다양성 가치를 10% 증가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영국에서는 △산림탄소코드(UK Woodland Carbon Code) △습지탄소코드(UK Peatland Code) △BNG △영양소 중립(Nutrient Neutrality) 등 4가지 자연시장이 운영 중이다. 영국 외에도 2022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자연과 그 관리인에게 측정 가능한 보상 및 새로운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생물다양성 크레디트 잠재력을 연구하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2023년 자연 회복에 대한 기업의 기여를 지원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크레디트 이행 안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크레디트를 어떻게 정확하게 평가하고 정량화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다. 10월 30일 에딘버러 대학교의 해나 워쇼프 박사는 “생물다양성 크레디트는 탄소 크레디트에서 기인했다”며 “생물다양성 크레디트는 긍정적인 생물다양성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 단위에 대한 인증으로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등에서도 관련 시장을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다양성 크레디트를 △정책 △규제 △보호구역 △자연에 대한 공공 투자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크레디트는 매우 일반적이어서 우리가 자연을 가치 있게 여기고 사랑하는 많은 방식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나 워쇼프 박사는 국제세미나 ‘자연의 측정, 생물다양성 크레딧과 한국사회의 과제’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그는 “생물다양성 크레디트는 반드시 완화 위계(mitigation hierarchy)의 맨 마지막 단계에 위치해야 한다”며 “이러한 일반적 지표로 계산된 크레디트를 환경 파괴를 상쇄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완화 위계는 환경 영향을 △회피 △최소화 △복원 △상쇄 순서로 관리하는 원칙이다. 크레디트를 통한 상쇄는 다른 모든 방법을 시도한 뒤 최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물다양성 크레디트의 또 다른 과제는 ‘추가성’ 문제다. 한 필지의 토지에서 생물다양성 크레디트와 탄소 크레디트를 동시에 판매하는 ‘스태킹’ 방식을 허용할지 논의가 활발하다. 스태킹은 토지 소유자에게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할 수 있지만, 한 토지가 두 가지 유형의 환경 피해를 상쇄한다고 주장하는 이중 계산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모든 환경 편익을 하나로 묶어 판매하는 ‘번들링’ 방식이 선호되며, 만약 스태킹을 허용한다면 이중 혜택을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장은 “생물다양성 크레디트와 관련해 누가 평가하고 인정할지 등 많은 이슈가 있다”며 “자연과 생물다양성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생물자원 자료가 해외와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론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생물다양성을 평가할 때는 특정 종의 증감만 보는 게 아니라 서식지 환경 변화 등을 함께 연동해서 측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