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명 찾은 정원박람회 내년엔 서울숲서
5~10월 ‘시민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가을 한달은 매헌 시민의숲에서 축제
서울숲이 시민 모두를 위한 정원으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올해 1000만 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찾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박람회를 서울숲에서 개최한다고 3일 발표했다.
올해 행사는 서울 도심 곳곳에 초록을 입히며 ‘정원도시 서울’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참여형 정원 조성과 시민정원사 프로그램, 거리정원 프로젝트 등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자연과 함께 휴식하며 일상 속 녹색 전환을 체감했다.
내년 박람회는 서울숲 일원에서 역대 최장기 일정으로 열린다. ‘1000만의 정원’이라는 부제를 달고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시민들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오랜 기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기간을 대폭 늘렸다. 서울의 대표 공원이자 도심속 녹지 연결축인 서울숲이 중심 무대가 된다.
가을 한달은 단풍이 아름다운 매헌시민의숲에서 특별 축제가 열린다. 서울숲은 약 14.5만평(48만㎡) 매헌시민의숲은 약 5.4만평(18만㎡)으로 두곳을 합하면 공원 면적만 약 20만평에 이른다. 행사장은 성수동 등 주변 도심, 한강과 지천변까지 연결돼 도심형 정원페스티벌로 진화될 전망이다.
자연과 생태를 최대한 살리고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눈에 띈다. 인공물보다 자연 소재를 우선 사용하며 폐목재 등 순환자원 활용을 장려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 서울시는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크고 작은 3000여개의 정원을 조성했다. 공원과 광장, 학교와 복지시설, 건물 옥상과 골목길까지 곳곳이 초록으로 변했다.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가꿀 수 있는 생활 속 정원이다. 예전처럼 특정 공간에 제한된 정원이 아니라 일상과 도시공간을 잇는 열린 정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회색빛이던 도심 경관이 바뀌면서 시민의 정서 안정과 심신 회복 효과도 크다. 꽃과 나무가 있는 길목은 사람들의 대화를 이끌고 어린이와 노년층이 자연스럽게 머무는 쉼터가 되고 있다. 도로변 완충녹지와 아파트 담장길, 학교앞 유휴부지 등 생활 반경 속 공간을 시민과 함께 가꾸는 일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같은 시도의 일환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순히 꽃을 보는 축제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가꾸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행사”라며 “서울이 정원을 통해 회복하고 성장하는 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박람회가 거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이어간다는 목표다. 서울시 데이터전략과의 신한카드 매출 분석에 따르면 박람회장 인근 도보 20분 내 상권의 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 증가했다. 박람회장 안에서 운영된 정원마켓 매출은 지난 9월 말 기준 21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박람회가 주변 상권의 생활인구와 소비를 끌어올린 결과다.
보완할 부분도 지적된다. 기존 공원(보라매공원)을 활용해 박람회장을 조성한 만큼 자연 훼손과 시민불편, 과도한 예산 투입과 관련된 민원도 제기됐다. 너무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모인 탓에 행사장 혼잡과 이로 인한 편의시설 부족도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장 관리와 기반시설 보강, 시민 참여 실효성 제고 등을 과제로 꼽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1000만명이 찾은 국제정원박람회를 내년에는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수준높고 다양한 정원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보는 즐거움을 넘어 치유과 힐링을 더한 국제정원박람회를 완성해 ‘정원도시 서울’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