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슈퍼위크에 혹평 쏟아낸 국힘…반사이익은 ‘0’
장동혁 “백지 외교” 송언석 “국회 비준 거쳐라”
일각 “선방” 평가 불구 1주일 내내 비판 쏟아내
대선 이후 20%대 정체 … 중도층서 15% 머물러
지난주 외교 슈퍼위크 동안 국민의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여권을 겨냥한 혹평을 쏟아냈다. 이재명 대통령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물론 미·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낮은 점수를 매겼다. 일부 보수인사조차 “선방했다”고 평가했지만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의 태도에 대한 여론의 호응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3일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실용 외교의 정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며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 외교가 이재명정권의 실용 외교”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 시트(자료집)도 합의문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한·중 정상회담도 사진만 있고 정작 중요한 공동 성명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현안에 대해 논의만 했을 뿐 구체적 성과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관세협상과 관련 “화려했던 국제 외교의 막이 내렸고, 이제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국익이 걸려있던 관세협상의 내용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반드시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 국민의 동의와 검증을 받기 바란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국민 앞에 밝히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슈퍼위크 동안 △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은 결국 ‘사진만 남은 회담’이 됐다(11월 2일 논평) △중요한 한한령 해제, 서해 인공구조물 철거 등 한·중 관계의 핵심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나 진전은 없었다(11월 1일 논평) △한미 관세협상, 이재명정부가 ‘국익 중심의 협상’을 강조했지만, 실질적 국익의 방패는 빠지고 외환 부담만 남은 모양새다(10월 30일 논평)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만 앞설 뿐,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잘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됐다(10월 29일 논평)는 비판 논조 논평을 매일 쏟아냈다.
반면 일부 보수인사는 긍정적 평가도 내놨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APEC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선방했다는 건 인정하는 게 맞겠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걸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줄기차게 외교 슈퍼위크를 혹평한 데 대한 여론의 반응은 어땠을까. 한국갤럽이 슈퍼위크 기간에 실시한 조사(10월 28일~30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41%, 국민의힘 26%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6.3 대선 이후 20%대에 정체된 상태다. 지난주 외교 슈퍼위크를 맹폭했지만, 지지율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5%에 그쳐, 당의 확장성이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장성 손상은 12.3 계엄과 윤석열 탄핵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보수정치가 윤 전 대통령이 펼쳐놓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댄다면 앞으로 영영 대한민국 정치를 주도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