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허위 기재로 보험금 타면 “보험사기”
“기망행위, 보험금 지급 의무와 별개”
1심 유죄→2심 무죄→대법 파기, 유죄
보험사의 설명의무 미이행으로 설령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고 원인을 허위로 기재해 보험금을 받았다면 보험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지난달 25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보험대리 회사 지사장인 A씨의 고객 B씨는 2019년 5월 실손의료비 보험, 어린이 보험에 자녀를 피보험자로 가입했다.
해당 약관상 피보험자는 이륜차 등을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 이를 보험사에 알려야 하고, 이륜차를 운전하다 발생한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 상해사고를 직접적 원인으로 할 경우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B씨의 자녀는 2021년 11월 전동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A씨는 킥보드 사고는 보험금 지급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험설계사, B씨와 공모해 사고 내용을 조작해 보험금을 받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설계사는 B씨로부터 보험금 일부를 받기로 하고 그에게 받은 청구 서류를 A씨에게 제출했다. A씨는 상해 발생 원인을 ‘넘어져서 다침’으로 허위 기재하고 응급초진차트는 일부러 누락했다. 결국 회사는 274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된다”며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로 엇갈렸다. 1심은 “상해의 발생 원인을 허위로 기재하고 응급차트를 일부러 누락시켜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에 해당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보험사가 전동킥보드 사고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B씨가 애초 보험금 대상이 된다고 판단,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약관은 “피보험자가 ‘이륜차’ 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륜차에 전동킥보드가 포함되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와 상관없이 서류를 허위 기재해 보험금을 타게 했다면 그 자체로 불법인 기망(속임)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권리행사 수단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사기죄의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며 “설령 회사가 고객에게 전동킥보드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