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발 행정체제 개편 빨간불
전주·완주 네번째 통합 도전 무산
제주 기초지자체 설치도 결국 포기
‘분구’ 인천은 예산·인력 확보 고심
지방자치단체발 행정체제 개편에 빨간불이 켜졌다. 네번째 시도한 전북 전주·완주 통합은 적기를 놓쳤고, 20년 만에 부활을 기대했던 제주도 기초지자체 설치는 무산됐다. 인천시는 자치구 분구·통합 행정체제 개편에는 성공했지만 예산·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도가 내년 7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해 온 전주·완주 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행정절차상 내년 통합을 위해서는 지난달 31일까지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민투표 권고나 두 지자체의 의회 의결이 필요했다. 그래야 올해 말 특별법 제정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지방선거 때 통합시장 선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완주군의회가 통합 반대를 선포한 상태에서 행안부까지 주민투표 권고 결정을 결국 미루면서 사실상 민선 9기 통합시 출범은 무산될 처지다.
전북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렵게 추진한 행정통합 노력이 이번에는 어렵게 됐다”며 “통합 성사 여부를 떠나 두 지역간 갈등의 골을 봉합하는 게 더 시급해졌다”고 말했다.
제주도도 비슷한 처지다. 행안부의 주민투표 권고 결정을 기다리다 결국 행정체제 개편 추진 중단을 공개 선언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상황, 행안부 장관 공석 등 정치적 공백과 기초지자체 구역 설정에 대한 주민 간 이견으로 민선 8기 내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제주의 행정체제 개편은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없어진 기초지자체를 새로 설치하는 방식이다. 현재 안은 동제주·서제주·서귀포 3개 자치시를 설치하는 것이다. 2023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설치로 본격화됐고, 1년여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난해 1월 최종안이 만들어졌다.
도는 이를 바탕으로 행안부에 주민투표 권고를 요청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행정통합을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는 행안부가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에 소극적인 것도 무산된 이유 중 하나다.
인천시는 행정체제 개편 관련 뒤처리가 고심이다. 행정체제 개편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내년 7월 출범을 앞두고 예산·인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은 인구 65만명인 서구를 분구해 서해구(예정)와 검단구를 설치하고, 중구에서 생활기반이 분리된 영종구를 분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행정효율을 위해 영종구를 떼어낸 중구를 동구와 합쳐 제물포구로 재편한다.
문제는 현행법상 통합하는 지자체에는 국비를 지원할 수 있지만 분구 지자체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수천억원에 달하는 초기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인천시와 자치구들의 최대 과제가 됐다.
시는 국비 지원 근거가 담긴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모경종·배준영 의원이 제출한 이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기획재정부 등이 반대하고 있어 여전히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인천시가 지난 2일 국민의힘과 가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국비 증액을 요청한 726억원 중 636억원도 신설 구의 정보통신망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관제센터 구축 등에 필요한 예산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의 행정체제 개편은 현장 행정수요를 반영해 만들어낸 성과”라며 “주민 생활 편의를 위해 추진한 정책인 만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