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첫 예산심사…국가채무 ‘빨간불’
GDP대비 50% 첫 돌파 … 의무지출 더 늘어
‘재정투입-성장-세수증대’ 선순환 여부 관심
올해보다 8% 늘린 728조원 규모의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쟁점은 국가채무 확대다. 이재명정부는 저성장 고착화를 뚫고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확장재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정투입과 민생 회복 정책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세수기반 약화와 의무지출 확대에 경기부양을 위한 재량지출 확대까지 겹치면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안’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재정 투입이 성장률 확대로 이어져 세수를 증대시키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오는 5일 열고 본격적인 예산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임위 중에서는 이날 국방위를 시작으로 내년 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최대 쟁점은 ‘국가부채’다. 정부는 올해(673조원)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내놨다. 이 증가율은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윤석열정부의 ‘긴축기조’에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셈이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는 53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재정적자는 109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3조3000억원(8.3%) 늘어나면서 GDP 대비 비율이 49.1%에서 51.6%로 2.5%p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50%선을 넘어서는 셈이다.
문제는 이재명정부가 집권 5년간 확장재정을 이어가면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5 ~2029년 NABO 중기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가채무가 올해 1303조6000억원에서 매년 8.1%씩 늘어 사실상 이재명정부 마지막 해인 2029년에는 1779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GDP 대비 비율는 58.2%까지 뛰어 오를 전망이다.
그러면서 재정적자 비율 역시 GDP의 4% 내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00~2019년의 평균치(1.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가채무의 빠른 증가는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의무지출 확대와 경기부양을 위한 재량지출 확대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5년간 의무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6.5%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명목GDP 증가율(3.7%), 총수입 증가율(4.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재량지출도 연 2.2%씩 늘어나고 GDP대비 비율이 12% 초반대로 확대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11.1%를 웃돌 전망이다.
특히 복지 분야의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증가가 눈에 띈다. 복지 분야 지출규모는 251조7000억원에서 313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5.6% 늘어날 전망이다. 이중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6.4%, 재량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2.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의 질적 저하도 부담이다. 대응자산이 없어 실질적 채무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적자성 채무는 2019년 407조6000억원에서 지난해엔 815조4000억원으로 5년 만에 100%(407조8000억원) 늘었고 2025~2029년에도 924조8000억원에서 1362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10.2%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높여 세수기반을 확대하는 ‘선순환구조’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실질GDP성장률이 1.9%를 기록하는 등 2025~2029년 중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같은 기간 연평균 잠재성장률 역시 1.8%로 오히려 이전 5년(2020~2024년)에 비해 0.3%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의무지출 증가에 대응하고, 재량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