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AI·조선·방위산업 등 17개 전략분야 집중투자

2025-11-04 13:00:02 게재

다카이치 총리, 오늘 성장전략회의에서 발표

적극적인 재정확장정책·금융완화 지속 논란

주가는 연일 급등세…코스피 이어 세계 2위

일본 정부가 향후 인공지능(AI)과 조선, 방산 등 자국의 전략적 성장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경제체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내용이 주된 과제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다카이치 총리가 4일 개최되는 총리 자문기구인 성장전략회의에서 17개 전략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다카이치 총리가 전략적인 재정 확장을 통해 자국 산업의 공급구조를 근본적으로 강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17개 전략분야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디지털안전망 △핵융합 발전 △조선 및 방위산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핵심 전략산업의 강화를 위해 총리가 본부장이 되고, 개별 분야마다 각료급 인사가 직접 사업을 이끌어가는 구조를 편성한다. 이를 통해 각 분야별로 규제를 개혁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전략분야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재정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계획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평소 지론인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재정확장’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이른바 ‘책임있는 적극 재정’을 내걸고 전략분야 산업을 강화해 사업별 수익성 향상과 이를 통한 근로자 임금인상 등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확장 정책과 금융완화 정책 지속에 대해서는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막대한 재정지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수 수입이 제한돼 있고, 최근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각종 감세조치도 예상돼 재정 적자폭이 확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민당을 비롯한 야당은 최근 유류세 잠정세율을 폐지하면서 약 1조5000억엔(약 14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오전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전광판이 닛케이평균지수를 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정치권은 이밖에도 야당을 중심으로 소비세 인하 또는 폐지를 비롯해 각종 감세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유신회와의 연립정권에도 불구하고 국회 소수여당인 자민당 입장에서는 각종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감세 조치도 예상된다.

결국 막대한 재정적자는 추가적인 국채발행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뒤로 미루면서 환율까지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5%를 넘어 고공행진하고 있고, 환율도 달러당 155엔에 육박하고 있다.

재정확대와 금융완화의 지속으로 유동성이 늘어나고 환율이 급등해 엔저가 지속되면 물가 오름세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9월 소비자물가는 2.9%로 3년 넘게 물가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일본내 쌀값 폭등을 잠재우기 위해 전임 이시바 정권이 추진한 증산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쌀값이 다시 꿈틀대는 것도 정부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 총리의 재정 및 금융정책에 영향을 주는 트럼프 정권과 일본유신회, 아소 전 총리 등이 모두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기본 자세를 갖고 있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은행에 대한 개입은 갈수록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할 것과 관련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을 뒤로 미룬 진짜 이유는 추가 인상을 견제하려는 다카이치 정권과 대립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은행이 정권 초기 총리와 굳이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 추가 금리인상을 미뤘지만 물가의 지속적 오름세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셈이다.

한편 다카이치 트레이드의 대표적인 현상인 주가 급등은 지속되고 있다. 도쿄 증시 닛케이평균지수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5만2411.34포인트로 전날 종가 대비 2.12%나 급등한 채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케이지수는 10월 한달간 7478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월간 기준 17% 급등했다.

월간 기준 상승률로는 1990년 10월(20%)에 이어 역대 두번째이다. 올해 10월 상승률도 한국 코스피(20%)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증시가 지난달 58% 상승했지만 자국내 정치적 상황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한국과 일본 증시가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상황임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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