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 신탁·유동화 어떤게 좋을까

2025-11-04 13:00:01 게재

초고령화시대 은퇴 준비

가족구성 노후준비 고려

지난해 말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 정부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등을 도입했다. 초고령화시대를 맞아 가난한 노인을 줄이고, 치매머니 등 묶인 자금을 유통시키는 보험개혁 2종이라는 평가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모든 생명보험사와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놓고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유리한지 고민을 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신의 노후준비와 가족 관계(구성원) 등을 따져서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예상 노후생활비 월 350만원 = 지난 9월 KB금융연구소가 전국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펴낸 ‘2025골든라이프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적정 생활비는 ‘350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국의 경우 대다수가 공적연금에 의존하는데 반해 사적연금 시장은 취약하다. 최소 필요 생활비는 ‘248만원’ 100만원 넘는 차이가 난다. 조달가능한 생활비는 230만원에 불과했다.

‘노후준비가 잘 되어 있다’에 응답한 이들은 19.1% 수준에 머물렀다. 가족 구성으로 보면 부부가구 26.6%가 노후준비를 잘 했다고 답한 반면, 부부자녀가구는 18.1%에 불과했다. 1인가구의 경우 12.9%로 노후준비가 가장 취약했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이들은 노년에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인구구조와 사회구조 변화도 한몫 한다. 50대만 되도 기업들은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낸다. 여기에 기대여명(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활동 기간이 줄어드는데 반해 은퇴(비경제활동)기간은 증가한다, 쉽게 말하면 수입이 없거나 줄어든 기간이 늘어나면서 노년기에는 더 가난해진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 학계가 주목한 것이 사망보험금이다. 사망보험금은 계약자(피보험자)가 사망해야 지급된다. 피보험자 입장에서는 죽어야 가족들이 대신 만질 수 있는 돈이다. 은행도 아닌 보험사에 묶인 돈을 유동화해야 가난한 노인도 줄고, 돈이 시중에 돌 수 있다.

◆노후준비·가족구성 따라 선택 =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사망보험금 유동화 중 어느 서비스가 더 좋은지 구분하기 어렵다. 새로운 정책이라 생소하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가족구성과 노후대비를 먼저 점검하는 것을 권한다.

우선 보험금을 지급받을 배우자나 자녀 유무 등 가족구성에 따라 신탁과 유동화 유불리가 나뉘어진다. 배우자나 자녀 등이 없는 1인 가구라면 신탁보다는 유동화다. 간혹 경제적 이유로 보험을 해지하는데 가급적 유동화 조건을 거친 뒤 보험금을 연금처럼 받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배우자나 자녀가 있다면 신탁을 통해 사망보험금을 적절히 분배해두는 게 좋다. 가족간의 분쟁 방지나 목돈을 전해줄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이다.

또 다른 구분은 노후준비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자신의 노후준비가 부족하다면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이롭다. 공적연금을 받더라도 생활비와 의료비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통해 사적연금을 늘리는 방식이다. 반대로 노후준비가 넉넉한 경우라면 신탁제도를 운영하는 게 좋다. 자영업이나 부동산 임대수익, 주식, 사적연금 등으로 노후에도 넉넉한 생활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사망보험금은 자녀나 손자녀에게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방식으로는 하이브리드형이 있다. 주로 젊은층 보험가입자들에게 적절한 방식이다. 미리 신탁을 설정해 둔 뒤 사망보험금 유동화가 가능한 55세가 되면 신탁과 유동화 중 택일하는 방식이다. 갑작스런 사고를 대비해 사망보험금 신탁을 들어 놓고, 노후 준비 등을 고려해 변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신탁과 유동화 모두 신청했다가 취소할 수 있다. 만일 부당한 사유로 사망보험금이 유동화된 경우에는 부활청구권도 보장된다. 개인 여건을 고려해 설계사나 고객 센터에서 충분한 상담을 거치는 게 좋다.

◆35조원 유동화 가능 = 우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대상 계약은 41만4000건, 가입금액은 23조1000억원 규모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초 모든 생명보험사가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유동화 대상은 계약 75만9000건, 가입금액 35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유동화 대상은 55세 이상으로 월적립식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에 가입했어야 한다.

유동화 시점에 보험료 대출 잔액이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 계약기간과 납입기간 모두 10년 이상이고, 보험료 완납 조건을 갖춰야 한다. 다만 사망보험금이 9억원 이상인 경우는 유동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상자는 각 보험사가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등과 같은 서비스로 개별 안내하고 있다.

현재는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연금형’ 서비스만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서비스형’도 출시될 예정이다. 유동화된 비용을 요양시설이나 의료(건강관리)에 현금 또는 현물로 지급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요양시설에 입소한 경우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통해 지급되는 비용이 계약자가 아닌 요양시설로 입금된다. 개인은 요양시설 이용비용 중 유동화로 충당된 비용 외에 차액만 부담하게 된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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