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주민 함께 ‘기본이 튼튼한 도시’설계
구로구 ‘기본사회 실현’ 채비 본격화
전담조직 구성, 전 직원 대상 교육도
“청각장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자녀입니다. 자녀에게만 돌봄을 맡기기보다 사회·공동체가 다함께 살아가게끔 했으면 합니다.” “외로움이 가장 힘들어요. 노인들이 같이 어울려 활동하면 좋겠어요.” “소득이 적거나 줄어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어요. 마을과 주민이 안전망이 돼야죠.”
10대부터 70대까지 서울 구로구 주민들이 생각하는 ‘기본이 튼튼한 도시’ 모습이다. ‘청소년 행복’ ‘시민들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 ‘다문화에 대한 혐오 극복’ ‘평범한 삶’도 거론이 됐다.
4일 구로구에 따르면 구는 이재명정부 구상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기본이 튼튼한 구로’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장인홍 구청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7월 직원 정례조례에서 ‘구로형 기본사회’에 대한 구상을 공유한 데 이어 지난 8월 부구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기본사회추진단을 꾸려 구체적인 준비에 나섰다. 9월에는 전 직원 교육을 통해 정책 방향과 추진 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지난달 말에는 전문가와 주민까지 함께 머리를 맞댔다. ‘기본이 튼튼한 구로 만들기’ 대토론회다. 장인홍 구청장은 “최소한의 삶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공동체와 공공이 보장하고 책임지는 것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사회의 모습”이라며 “쉽게 풀자면 대동사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먼저 개념과 뜻 지향점을 공유하고 주민들이 목소리를 듣기 위해 민간 주도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바라는 ‘기본이 튼튼한 구로’ 모습을 영상으로 먼저 공유한 뒤 신영민 전 국정기획위 전문위원이 ‘기본사회와 지방정부의 역할’로 토론회 문을 열었다. 그는 “지역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목표 분야 전략을 포함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동시에 “주민 주도와 참여, 공공뿐 아니라 사회연대경제조직을 비롯한 다양한 민간 주체가 협력하는 모형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통합돌봄 사회연대경제 주민참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은 실행 전략을 제시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과 구로형 돌봄, 사회적경제조직과의 협업, 지역 조건과 필요한 일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 참여 등이다. 통합적인 사회서비스기관을 설립해 생애주기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방청석에 자리한 주민 100여명은 신 전 위원을 비롯한 전문가들 제안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며 기본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구로동에 사는 50대 주민 홍 모씨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기본사회와 구로형의 연관성 차이점이 궁금했는데 토론이 끝나고 나니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며 “시민사회가 보다 활성화 돼야 더 안정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민아 협치회의 의장은 “주민이 가장 중요하다는 행정의 의지를 확실히 확인했다”며 “주민들 목소리와 요구를 담아 분야별 심층 토론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로구는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내년 예산 편성에 사회서비스 소득 행정혁신 사민사회 4개 분야 추진 전략을 반영할 방침이다. 관련 사업을 재구조화하고 세부적인 추진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내년쯤이면 정책 과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부적인 정책을 마련해 주민 모두가 성장과 성공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 머물고 싶은 구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