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 세계로 날갯짓…'에이팩 효과'
미·일·중 3국 정상 동시 방문 처음
지역업체 특수, 주요 관광지 인파
“경주는 아름답습니다. 내가 발음하는 ‘경주’가 맞나요?”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시 예술의전당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별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뒤 잇달아 ‘경주’를 언급했다. 경북도와 경주시에 따르면 총 세차례나 된다.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황남빵 맛있습니다”라고 말했다.
4일 경북도와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지방 중소도시 경주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21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언론들이 경주발로 각국 정상들 움직임을 전파했고 이를 통해 ‘1000년 고도’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날갯짓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를 세차례나 언급해 파급 효과가 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09년 12월 부주석 시절에 이어 두번째로 경주를 찾아 2박 3일간 머물렀다. 다카이치 사나 일본 총리도 2박 3일동안 경주에서 체류했다. 미·중·일 정상이 경주를 동시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북과 경주는 지방이 아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며 “한류를 한껏 띄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경주가 세계 속 문화도시로 우뚝 서는 역사적인 계기이자 시민 힘으로 이뤄낸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경주를 세계에 각인시킨 홍보 효과와 함께 노후된 도시기반시설을 대폭 개선해 문화관광도시로서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정부와 경북도 경주시는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총 4107억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 시설 개선, 야관 경관 조명, 만찬장과 전시장 건립, 도시 정비 등 기반시설 확충에 쓰였다.
지역 업체들이 각종 공사를 맡아 ‘특수효과’를 누렸다. 도시경관 사업에 참여한 한 회사 관계자는 “에이펙 준비를 하면서 주요 관광지 야간 경관 조명 등에 수백억원대 공사가 발주됐다”며 “대다수 사업을 경주와 인근 지역 기업이 맡아 반짝 특수를 누렸다”고 말했다.
대구의 도시락과 연회음식 업체도 낙수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5성급 호텔 인터불고는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국제미디어센터에 상주한 언론인 700여명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했다. 토종 치킨업체 ‘치맥킹’은 각국 정상들 경호업무를 맡은 경찰에게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하루 최대 1만5000명분 도시락을 제공했다.
주요 인사들이 찾은 관광지 등에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트럼프에게 선물한 금관이 화제가 되면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에는 관람객이 쇄도하고 있다. 박물관측에서 관람 인원을 회차별 150명으로 제한할 정도다.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화장품을 구입한 황리단길, 김혜경 여사가 캐나다 총리 배우자와 함께 관람한 한복 패션쇼가 열린 월정교, 정상 배우자들이 방문한 불국사도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 시 주석이 언급한 황남빵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구현모 전 경북도 자문대사는 “3대 강국은 물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세계 언론을 통해 경주발로 보도된 것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라며 “특히 미·일·중 3대 강국 정상이 동시에 지방 중소도시에 모인 것은 정치·외교적으로 엄청난 의미가 있고 경주시가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