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여순사건 희생자 첫 직권 재심청구

2025-11-04 13:00:01 게재

순천지청 “희생자·유족 명예회복 노력”

정성호 장관 “사각지대 구제…검찰의 일”

검찰이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해 처음으로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지청장 용성진)은 여순사건 당시 불법 체포·연행돼 사형을 선고받은 희생자 A씨에 대해 여순사건특별법에 따라 광주지법에 특별재심을 청구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여순사건에 연루돼 1948년 11월 29일 호남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포고령 위반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영장 없이 경찰에 체포·연행됐고, 가족들은 그의 생사조차 통보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의 조카(77)는 지난해 10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일반 재심을 청구했으나 지난 1월 기각됐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사망 당시 미혼이었던 A씨에게는 배우자나 자식이 없었고, 세월이 흐르며 친족들도 대부분 사망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조카에게는 재심 청구권이 없어 권리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다.

순천지청은 여순사건 관련 재심청구 결정사례 46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재심청구권자의 자격을 이유로 기각된 이 사례를 발굴, 직권으로 재심을 요청했다.

순천지청은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로부터 희생자 결정을 받고, ●고등군법회의 명령서를 통해 여순사건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이 인정되면 형사소송법이 아닌 여순사건특별법에 따라 특별 재심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여순사건 희생자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첫 사례다. 지난 4월 시행된 여순사건 특별법에 따른 특별재심 청구도 이번이 처음이다.

순천지청은 “여순사건을 비롯한 과거사 사건에서 권리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이 해야 할 일은 이렇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민을 먼저 찾아내어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라며 “이번 특별 재심 직권 청구는 객관의무를 지는 공익의 대변자인 국민의 검찰로 마땅한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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