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추경호 영장 반발…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불참

2025-11-04 13:00:03 게재

의원들, 이 대통령에 “범죄자” … 검은 마스크 쓰고 시위

장동혁 “이재명정권 끌어 내려야 … 마지막 시정연설”

대통령 시정연설, 국민의힘 불참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 국민의힘 자리는 의원들 불참으로 비어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내란 특검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국민의힘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여권의 사주를 받은 특검에 의한 ‘국민의힘 죽이기’라는 인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장이 청구된 다음날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겨냥해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한다”며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4일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이 전날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국회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제1야당 전 원내대표를 내란 혐의로 묶은 것은 야당을 범죄집단으로 낙인찍고 정당 해산의 명분을 쌓으려는 시도, 즉 야당 말살 기도”(최보윤 수석대변인)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추 전 원내대표 영장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 법원에서 발부될 경우 두 가지 측면에서 파장을 우려하는 눈치다. 우선 계엄 당일 추 전 원내대표와 함께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당시 원내지도부에 대한 추가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검은 당시 원내지도부에 속한 국민의힘 의원 3~4명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추 전 원내대표와 일부 의원을 내란 중요임무종사혐의로 기소할 경우 민주당이 이를 근거로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기소되고, 정당해산심판에까지 휘말린다면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 이미지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이날 여권과 특검을 향한 강한 분노 표출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온다.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퇴진 투쟁 의지를 분명히한 것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야당을 존중하기는커녕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야당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존중할 수 없다”며 “야당의 전직 대통령 후보, 비대위원장,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보복성 수사로 국민의힘을 부정하고 500만 당원동지를 모독하는 부분에 대해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도착했을 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추 전 원내대표 영장 청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집회 중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목례를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을 향해 “범죄자 왔다, 범죄자”라고 외쳤다. 이 대통령이 사전 환담장에 입장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환담에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고 연설을 보이콧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정연설이 이뤄지는 동안 로텐더홀에서 영장 청구에 항의하는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날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제1야당 국민의힘이 보이콧하면서 향후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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