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앞다퉈 인공지능사업 추진…‘중복·부실’ 우려
10개 부처 ‘AX-Sprint 프로젝트’ 2년간 1.5조원 투입
국회예산정책처 “예타 제외 등 사업타당성 검증 미흡”
스타트업 지원 소외 가능 … “생태계 구축 접근 필요”
인공지능(AI) 태풍이 거세다. 기업은 물론 국가차원에서 AI기술과 활용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2026년 AI 투자 예산은 10조1398억원으로 잡았다. 올해보다 약 3배 이상 늘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부부처별 AI 관련 사업과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일부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사업중복과 부실화 등을 지적했다. AI 태풍에 휩쓸려 면밀한 검토없이 진행돼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AX-Sprint(전력질주) 300’다.
◆산업·제품에 AI기술 접목 = 5일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10개 정부부처는 ‘AX-Sprint 300’ 사업을 신규로 편성했다. 이 사업은 제조 바이오헬스 주택·물류 등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의 신속한 AI 적용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범용AI(AGI) 등 원천기술 개발만큼 기존 산업·제품에 AI기술을 접목해 AI로 전환(AX)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서다.
10개 부처 사업의 총사업비 합계는 1조1570억8300만원이다. 이 중 국비 지원규모는 9340억원으로 세웠다. 사업예산은 산업부가 262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중소벤처기업부 1687억원 △국토교통부 1450억원 △농림축산식품부 1125억원 △과학기술정부통신부 1000억원 순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10개 부처에 892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원대상은 1년 내 즉시 개발 및 시장화가 가능한 ‘Type1’과 2년 내 개발이 완료돼 국민 활용도가 높고 파급력이 큰 핵심 품목인 ‘Type2’다. 2026년도 예산안에 Type1 145개 제품에 4350억원이 편성됐다. Type2 155개 제품에는 2570억원을 투입한다.
◆사업운영 혼란 초래 우려 =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술성숙도를 고려하지 않은 예산편성으로 재정운용 효율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1년 이내 시장상용화가 가능한 상품·서비스(Type1)의 경우 이미 양산화돼 시장에 출시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곳에 예산을 배분하면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은 정부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는 R&D사업에 가까운데도 일반사업에 편성해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미흡한 측면도 있다. R&D사업이 거치는 과기정통부 심의·조정을 거치지 않아 사업 타당성과 규모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농림식품부 복지부 기후부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를 받았다. 반면 과기부 해양수산부 국토부 중기부는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원천 배제했다. 중기부는 기존 세부사업 ‘ICT융합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의 내역사업과 사업내용이 유사하다는 이유다. 과기부도 예산체계에서 ‘통신 분야’로 분류됐다는 이유만으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제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국가재정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업운영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간 지원대상 불분명 = 부처 간 중복과 사업혼선 발생도 우려했다. 부처 간 지원대상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례로 산업부와 중기부의 지원대상이 ‘제조’ 분야로 동일하다. 산업부와 중기부는 공모를 통해 지원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제조 분야 중 어떠한 유형을 수행할 예정인지 명확하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헬스 등으로 유사한 분야를 고려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규모·단발성 지원 보다는 체계적·지속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AI 응용제품 상용화에 급급해 단기성과 중심의 단발성 지원으로 그쳐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혁신을 창출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AX-Sprint 300’ 사업이 중소벤처기업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서다.
현직 대학교수 A씨는 “AI는 미래성패를 결정하는 기술”이라며 “정부 정책방향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기업까지 연계되는 공고한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