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회사 부당 지원’ 삼표그룹 회장 재판행
경영권 승계를 위해 아들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최근 정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홍성원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에게도 배임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정 회장은 홍 전 대표와 공모해 아들 정대현 삼표그룹 수석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피네이처를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에스피네이처는 레미콘 제조 원료인 ‘분체’를 공급하는 업체다.
검찰에 따르면 정 회장은 홍 전 대표와 공모해 2016년 1월~2019년 12월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이 에스피네이처에서만 분체를 구매하도록 하면서 4%의 초과 이윤을 보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삼표산업은 손해를 봤지만 에스피네이처는 약 74억원을 부당 지원받아 시장 경쟁 없이 업계 최상위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같은 부당 지원 행위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봤다. 삼표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주사 지정, 유상증자 등을 실시했는데 부당 지원으로 에스피네이처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면서 유상증자 출자대금 등 경영권 승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삼표산업이 원재료를 비싸게 구입해 손해가 발생하자 임직원들이 항의했지만 부당 지원은 정 회장 주도로 4년간이나 지속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삼표산업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부당 지원 결과로 경영권 승계 구도가 마련됐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검찰은 “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탈법적으로 세습하기 위해 계열사간 일감을 몰아주는 불법 관행에 엄정 대응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자는 사회적 지위·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처벌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은 공정거래법에 지원 주체 처벌규정만 있고, 지원 대상 처벌 규정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정 부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