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쏘아올린 ‘정권 퇴진론’…묘수일까, 무리수일까
‘정당 해산’ 공세에 맞불 … 보수층 결집, 국힘 ‘방어막’ 기대
여권 비해 국힘 지지율 부진 … ‘정권 퇴진’ 여론 호응 불투명
한국당 2019년 ‘문재인 퇴진’ 주장 불발 … 이듬해 총선 역풍
장 대표가 꺼내든 정권 퇴진론에 진심이 묻어난다는 해석은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과 맞물린다. 내란 특검은 지난 3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원내지도부도 수사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추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복수 의원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고,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감행할 것으로 의심한다. 장 대표 입장에선 ‘국민의힘 해산’ 위기감 때문에 정권 퇴진이라는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권 퇴진론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켜 ‘국민의힘 해산’을 막을 방어막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정권 퇴진론이 ‘국민의힘 해산’ 위기를 극복할 묘수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취임 5개월 된 이재명정권을 겨냥한 정권 퇴진론은 자칫 제1야당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퇴진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야권에서조차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높기 때문이다.
야당의 정권 퇴진 카드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곤두박질 칠 때 꺼내야 여론 호응을 얻으면서 힘이 실리기 십상이었다. 민주당이 박근혜·윤석열정권 퇴진을 주장할 때 두 정권의 지지율은 바닥권이었다.
지난해 말 윤 당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2024년 12월 10~1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당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1%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정권 퇴진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과 여당 새누리당 지지율은 급락세를 탔고, 여론은 민주당의 정권 퇴진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전신인 한국당이 2019년 ‘문재인정권 퇴진’을 주장할 때는 상황이 달랐다. 문 전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0%대였고,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섰다. 한국당이 태극기세력과 손잡고 광화문에서 ‘문재인정권 퇴진’을 외쳤지만, 여론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한국당이 섣불리 꺼낸 정권 퇴진 카드는 이듬해인 2020년 4월 총선에서 역풍만 초래했다는 평가다. “국정농단세력이 반성은 없이 남 탓만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한국당은 총선에서 103석이란 기록적 패배를 맛보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쓰라린 기억 때문에 장 대표의 정권 퇴진론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최근 여론지형도 국민의힘에게 불리하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10월 28~30일)에서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57%였다. 민주당 41%, 국민의힘 26%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정권 퇴진”을 외쳐도 여론의 호응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장 대표의 정권 퇴진론이 자칫 2019년 한국당의 무리수를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계엄·탄핵세력이 반성은 없이 남 탓만 한다”는 여론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