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쏘아올린 ‘정권 퇴진론’…묘수일까, 무리수일까

2025-11-05 13:00:13 게재

‘정당 해산’ 공세에 맞불 … 보수층 결집, 국힘 ‘방어막’ 기대

여권 비해 국힘 지지율 부진 … ‘정권 퇴진’ 여론 호응 불투명

한국당 2019년 ‘문재인 퇴진’ 주장 불발 … 이듬해 총선 역풍

침묵시위 하는 국민의힘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규탄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기 직전 “이제 전쟁이다. 우리가 나서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번 시정연설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권 퇴진론을 꺼내든 것. 장 대표는 지난 8월 대표 당선 때도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당시에는 새 대표의 결기를 드러내는 ‘정치적 수사’ 정도로 이해됐다. 하지만 이날 정권 퇴진론에는 진심이 묻어난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대표가 꺼내든 정권 퇴진론에 진심이 묻어난다는 해석은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과 맞물린다. 내란 특검은 지난 3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원내지도부도 수사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추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복수 의원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고,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감행할 것으로 의심한다. 장 대표 입장에선 ‘국민의힘 해산’ 위기감 때문에 정권 퇴진이라는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권 퇴진론을 통해 보수층을 결집시켜 ‘국민의힘 해산’을 막을 방어막으로 삼겠다는 얘기다. 정권 퇴진론이 ‘국민의힘 해산’ 위기를 극복할 묘수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취임 5개월 된 이재명정권을 겨냥한 정권 퇴진론은 자칫 제1야당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 퇴진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야권에서조차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높기 때문이다.

야당의 정권 퇴진 카드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곤두박질 칠 때 꺼내야 여론 호응을 얻으면서 힘이 실리기 십상이었다. 민주당이 박근혜·윤석열정권 퇴진을 주장할 때 두 정권의 지지율은 바닥권이었다.

지난해 말 윤 당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2024년 12월 10~1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당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1%에 불과했다. 민주당의 정권 퇴진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과 여당 새누리당 지지율은 급락세를 탔고, 여론은 민주당의 정권 퇴진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전신인 한국당이 2019년 ‘문재인정권 퇴진’을 주장할 때는 상황이 달랐다. 문 전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40%대였고,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섰다. 한국당이 태극기세력과 손잡고 광화문에서 ‘문재인정권 퇴진’을 외쳤지만, 여론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한국당이 섣불리 꺼낸 정권 퇴진 카드는 이듬해인 2020년 4월 총선에서 역풍만 초래했다는 평가다. “국정농단세력이 반성은 없이 남 탓만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한국당은 총선에서 103석이란 기록적 패배를 맛보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쓰라린 기억 때문에 장 대표의 정권 퇴진론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최근 여론지형도 국민의힘에게 불리하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10월 28~30일)에서 이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57%였다. 민주당 41%, 국민의힘 26%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정권 퇴진”을 외쳐도 여론의 호응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장 대표의 정권 퇴진론이 자칫 2019년 한국당의 무리수를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계엄·탄핵세력이 반성은 없이 남 탓만 한다”는 여론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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