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비소중독 4명 사상’ 중대재해 1심 유죄

2025-11-05 16:17:46 게재

전 대표와 법인 모두 책임 인정

책임자 징역형 선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 대표와 기업들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유죄를 선고하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해온 원청기업 경영책임자들에 대한 처분에 더욱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4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제2형사단독 이승운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 전 영풍 대표이사와 배 모 전 석포제련소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유죄를 인정했다. 또한 영풍 법인에는 벌금 2억원, 석포전력주식회사에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 측 책임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 8명에게도 각 징역 6개월~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3년 12월 6일 영풍 석포제련소 내 유해물질 밀폐설비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공장 2층에서 작업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맹독성 비소 가스에 노출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법령에 따라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유해물질 점검을 시행했다면 필요한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고 평소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방독마스크 착용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박 전 대표 의무 위반이 이 사고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사고 발생 후 통제 계획에 따른 제한 통제 시행을 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에게 방독마스크가 아닌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게 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와 관련해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해 피고인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사고 이전에 거대한 사업장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환경 개선 노력을 해왔고, 과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일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작업들이 중첩돼 위험성을 명확하고 확정적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는 점, 이 사고를 계기로 재발 방지 노력을 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23년 12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모터 교체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60대 노동자 A씨가 비소 중독으로 숨졌다. 제련 과정 중 문제로 인해 누출된 삼수소화 비소, 이른바 ‘아르신 가스’가 원인이었다. 함께 작업을 했던 다른 근로자 3명도 비소 중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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