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탱커선 ‘탈탄소 행동’ 평균 이하

2025-11-06 13:00:12 게재

글로벌 100대 선사 분석 … 자동차운반선도 뒤쳐져, 컨테이너선은 양호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원유운반선과 자동차운반선의 탈탄소 행동이 세계 평균보다 미흡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기후솔루션 해운팀은 5일 ‘탄소중립시대, 국내 해운사는 준비되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100대 선사의 탄소집약도지수(CII)를 분석한 결과 원유를 운반하는 탱커선의 경우 규제 대상 선박(D, E 등급) 보유 비율이 한국 선사는 24.3%로 세계 평균 24.2%보다 조금 높았다.

선박의 탄소집약도지수는 연료사용량 운항거리 등 선박의 운항정보를 활용해 1톤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지수화한 값이다. A부터 E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2022년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도입돼 2023년 1월 1일부터 모든 국제항행 선박은 연간 탄소집약도지수와 등급을 산출하고 보고해야 한다.

IMO 규제에 따르면 선박이 3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한 번이라도 E등급을 받을 경우 선사는 시정조치 계획을 포함한 선박에너지효율관리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운항중단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탱커선을 운영하는 한국 선사들의 경우 E등급 선박 비중이 전체 선대의 16.4%를 차지해 D등급 선박 비중의 두 배를 넘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 탱커선의 16%가 이미 당장의 운항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기후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라며 “이는 해당 선사뿐 아니라 수입원유에 의존하는 후방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에도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운반선의 탈탄소 대응 행동도 세계평균보다 뒤쳐졌다. 한국 선사들의 보유한 자동차운반선 중 D등급 이하 선박 비율은 24.1%로 세계 평균 23.2%보다 높았다.

기후솔루션은 한국 선사들이 운영하는 선박은 모두 2018년 이전에 건조된 것으로 노후 선박 비중이 높아 규제 위험에 노출됐다고 분석하고, 신규 건조와 용선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D,E등급 선박 비중을 빠르게 희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세계 평균보다 탈탄소 행동을 적극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선사들의 경우 컨테이너 선박 중 3.9%만 D등급 이하로 나타나 글로벌 평균 9.7%보다 낮았다. 기후솔루션은 “(컨테이너 부문) 한국의 대표적 선사인 HMM과 고려해운의 2023년과 2024년 탄소집약도지수 등급 추이를 보면 A등급 비중이 25%포인트 감소했고, B 또는 C등급 선박 비중이 증가했다”며 “같은 기간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의 A등급 선박 비중이 10.5%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큰 폭의 하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 선사들이 중기적으로 D등급 전락을 방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철광석 석탄 곡물 등 건화물을 운반하는 벌크선도 세계 평균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선사들이 보유한 벌크선 D등급 이하 선박 비율은 26.5%로 세계 평균 30.0%보다 낮았다. 하지만 기후솔루션은 26.5%에 이르는 D등급 이하 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스운반선도 세계평균보다 탈탄소 행동이 앞섰다. 한국 선사들이 보유한 가스운반선 D등급 이하 선박 비율은 2.8%로 세계 평균 3.5%보다 낮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기후솔루션은 세계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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