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 제작자·연주자·관객’ 어우러진 축제
서초구 ‘서리풀 악기거리’에서 이색 소통
장인 제품 전시·판매하고 현장 시연회도
“서초구 1호 홍보대사입니다. 대니 구, 잘 아시죠? 그리고 이성열님이 제작한 바이올린입니다.” “박상민 콰르텟입니다. 바이올린 김남헌, 비올라 홍성희…. 피아노는 여기 있던 겁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로데아트센터 지하 콘서트홀. 음악회에서 무대에 오를 연주자와 그가 선보일 음악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게 마련인데 이 자리에서는 특별한 이름들이 거론됐다. 연주자들이 손에 든 현악기를 제작한 장인들이다.
6일 서초구에 따르면 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음악문화지구로 선정된 ‘서리풀 악기거리’에서 이색 잔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일 시작돼 오는 7일까지 이어지는 현악기 축제 ‘서리풀 케이 스트링 페어’다.
국내에서 현악기를 제작하는 장인들과 우수한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23년 ‘서리풀 악기 제작 전시회’로 출발했다. 올해는 국내 제작자와 함께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활동 중인 명인까지 7명을 초대했다. 제품 전시에 더해 연주와 판매 강연이 어우러진 종합 현악축제로 확대했다. 장인의 기술력과 한국 현악기의 예술성을 공유하고 제작자간 국제적인 연계망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명산지인 이탈리아 크레모나처럼 서초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현악기 제작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있다.
지난 1일 오후 음악회로 축제의 막이 올랐다. 구 홍보대사 대니 구를 비롯해 한예종 교수가 이끄는 박상민 콰르텟 등이 전시에 선보인 악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장인들은 연주자가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어낸 선율을 객석 1열에서 즐겼다. 관객들은 아름다운 화음에 더해 연주자와 제작자가 소통하는 모습까지 즐겼다. 구 관계자는 “연주자와 제작자가 6개월간 소통한 결과물”이라며 “이후에도 악기 수리와 제작 등으로 교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주자와 제작자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대니 구씨는 “국내 제작자도 많은데 대부분 유럽 제품을 사용해 아쉬움이 있었다”며 “현대 제작자 제품으로 바이올린의 다양한 음역대를 들려줄 수 있는 곡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16년째 악기공방을 운영 중인 이성열씨는 “제작자와 연주자·관객까지 접점을 만들기 쉽지 않은데 서초에서 해마다 현악기 축제를 열어 신바람이 난다”고 전했다. 전성수 구청장은 즉석에서 “더 힘이 되겠다”고 화답했다.
개막식에는 크로아티아 대사와 체코·이탈리아 문화원장, 크레모나 악기박물관 관계자가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서초문화재단이 공연을 함께 기획하는 등 꾸준히 교류하고 있는 곳들이다.
현악기 애호가들은 “서초만이 할 수 있는 행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수연 서울예대 교수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찾다 발견했는데 동네 음악회 수준을 넘어선다”며 “제작자를 희망하는 꿈나무들이 생길 것 같다”고 평했다. 다른 관객들도 “다양한 소통 기회를 제공하는 한단계 진화한 행사”라거나 “비전문가들 안목을 키우는 계기”라는 평가를 내놨다. 저평가된 한국 제작자들 작품을 보다 체계적·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축제 현장에서는 일반 시민들도 직접 악기를 연주해 볼 수 있다. 악기거리 누리집이나 홍보전단 내 정보무늬(QR코드)로 신청하면 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한국인이 제작한 현악기를 국제 무대에 알리는 중요한 축제”라며 “서리풀 악기거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중심지로서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